정말 안타깝다. 정치가 얼마나 사람을 비이성적으로 마비시키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내 가슴 한켠을 늘 뜨겁게 했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는 그 어떤 노래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웠는데,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은 왜 이렇게 저급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같은 가수인 안치환이 불렀다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사실 내게 있어 안치환은 레전드 같은 가수다. 물론 나와는 연배차이가 워낙 많이 나는 탓에 TV가 아닌 라디오를 통해 그의 노래들을 들었는데, 그때의 희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는 분명 온 힘을 다해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부르짖었고, 그의 외침이 내게는 두근거리는 희망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그랬을까? 아직도 노래방에 갈 때면 한번쯤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가며 그의 노래를 열창하곤 한다.
안치환 프로필, 추천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안치환(1965년)은 연세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했으며, 민중가수로 인지도를 쌓았다. 대표곡으로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비롯해 '광야에서', '철의 노동자', '내가 만일', '사계', '이산하에', '오월의 노래' 등이 있다. 유튜브를 꽤나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 만큼 그의 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런 가수가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직전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듬뿍 담은 신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을 내놓았다. 사실 가수가 노래로 소신을 밝히는 거야 전혀 문제가 아니지만, 마이클 잭슨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풍자하는 것은 당연히 큰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마이클 잭슨은 피부에 하얀 반점이 생기는 백반증 때문에 평생을 고통받다 생을 마감했다. 굳이 남의 고통을 활용하면서 까지 윤석열 후보의 아내를 조롱하고 싶었을까?
물론 안치환이 어떤 생각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는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고통받다 생을 마감한 고인을 이런 식으로 우롱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마이클 잭슨의 남겨진 가족이라면, 동양의 듣도 보도 못한 가수가 이런 식으로 가족을 능멸한다면 무조건 고소할 것 같다. (안치환이 우리 입장에서야 유명한 가수지 전 세계적으로는 인지도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시 말하지만, 풍자를 하는 것은 괜찮다. 풍자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남의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막말로 술자리에서나 할법한 농담을 가수가 대중들에게 어그로를 끌 목적으로 노래로 만들어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치해 보인다. 풍자는 깊이 있게 공감되면서 불편한 부분을 긁어줘야 효과적인데, 비유의 대상이 가슴에 와닿질 않는다는 게 문제다.
혹시라도 김건희 여사를 풍자한 노래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거니(건희)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라임을 맞춘 것을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 나름 고생해서 만든 곡일 텐데, 이렇게까지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솔직히 별로였다. 막말로 가사를 빼고 들어도 딱히 매력적이진 않았다. 전주 때 기타독주하는 부분 정도만 나름 괜찮았을 뿐 솔직히 끝까지 듣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이제는 기득권 세력이 된 86세대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지고 있다. 솔직히 그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던 명분은 도덕적으로 깨끗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데,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전혀 그렇지 않을뿐만 아니라 내로남불이라는 사실마저 드러났다. 차라리 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국이 깔끔하게 사과했다면, 최소한 양심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꾸만 결과의 공정함에만 집착하는 게 진보진영의 한계다. 오히려 과정의 공정함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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