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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기타진영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프로필, 백발, 퇴임 (+K방역의 영웅)

by 에디터 Y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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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체류하다 보면, 한국인이라 감사한 순간들이 참 많다. 도처에서 삼성전자 핸드폰, LG전자 가전제품을 마주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했고, K팝과 K푸드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는 모습도 직접 경험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K방역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중심에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있었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지난 2020년 2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확산을 시작했던 코로나는 여전히 종식의 기미를 안보이고 있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3년 5월에 엔데믹을 선언하긴 했지만, 2024년 8월을 기점으로 확진자가 또다시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잊을만하면 다시 출몰하는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위드코로나에 적응된 것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이 바로 정은경이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부터 질병관리본부장을 맡고 있었으니, 사실상 그녀가 리더십을 갖추고 있을 당시에 코로나 방역 매뉴얼이 확립됐다고 보면 된다. 그녀는 ㉮ 대량의 신속검사(Testing), ㉯ 추적관리(Tracing)를 통한 적극적인 2차감염 억제, ㉰ 전문성이 동반된 격리치료(Treatment)로 대표되는 이른바 3T 전략을 추진했었다.

 

이를 통해 확진자를 빠르게 특정해, 사망에 이르는 치명률을 대폭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치명률을 기록했으니, 대단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방역당국이 확진자에 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쌓았으며,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일사불란하게 방역현장을 통제했다는 것 역시 K방역의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프로필, K방역의 영웅, 백발, 퇴임

정은경(1965년)은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 보건학 석사와 예방의학 박사를 취득했다. 개업을 택하는 대신 보건소 의사로 일을 하다가 1988년 국립보건원의 역학조사담당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뛰어들었다. 아래 이력을 보면 알겠지만, 바이러스의 전문가로 이와 관련된 응급사태가 터졌을 때마다 가장 먼저 투입됐다. 이를 통해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는 그녀의 메르스 대응을 인정해 실장급(고공단 가급)을 건너뛰고,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정은경 주요 이력
· 2003년 사스 : 국립보건원 전염병관리과장
· 2006년 에이즈로 인한 혈액사고 : 보건복지부 혈액장기팀장
· 2009년 신종플루 : 보건복지가족부 질병정책과장
· 2015년 메르스 :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
· 2016년 지카 :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
· 2020년 코로나19 : 질병관리본부장 → 질병관리청장

 

물론 메르스 때문에 대응 초창기인 2016년 4월에는 징계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는 메르스가 중동에서 발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세계 2위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감염자가 총 186명 발생했는데, 이 중에서 무려 38명이나 사망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치사율을 기록한 것 역시 문제였다. 당시 국회에서는 정부가 초동대응을 잘못했다며, 감사원에 원인 규명을 위한 감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감사원은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 메르스의 전파력을 약하게 보고 ㉯ 역학조사 범위를 너무나 좁게 짰다는 점과 함께 ㉰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를 투명하게 정보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이슈들에 관해 수많은 이견들이 존재하는 만큼 어떤 게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의 징계가 그녀에게는 피와 살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2020년 1월 국내에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이 최초로 발생하자, 정은경은 직접 브리핑을 하고, 정보공개와 발 빠른 방역에 나섰다. 이후 매일 오후 2시마다 언론 브리핑을 도맡아 하면서 상황실을 떠나지 않고 있음이 알려졌다. 갈수록 살이 빠지고, 검은 머리가 흰머리로 변해가자, 기자가 이례적으로 그녀의 건강을 염려하는 질문을 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K방역은 전 세계적인 모범으로 떠올랐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켰다. 당시만 해도 단순히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봤는데, 이때의 조직체제 변화는 정말 신의 한수였다. 코로나 확산 초창기에 방역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가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참고로 질병관리본부와 질병관리청은 큰 차이가 있다. 일단 인력이 기존 907명에서 1476명으로 대거 보강된다. 이를 통해 감염병에 대한 진단과 분석, 대응을 좀 더 촘촘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 질병대응센터, 국립결핵병원, 국립검역소 등을 소속기관으로 두게 되면서 유기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또한 백신,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 중인 야전사령관을 부를 수 없다며, 직접 현장에 방문해 정은경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보통 고위직 정무직에 대한 임명장 수여는 청와대에서 격식을 갖춰 진행하는 것이 의전상 옳지만,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그녀의 상황을 고려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듬뿍 담아 그 마음을 직접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정은경은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에 한명으로 선정됐다. 당시 문재인은 그녀가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의 원칙을 가지고, 방역의 최전방에서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했다는 소개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K방역의 상징이자 국민영웅이 된 것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왜 대중은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고, 신뢰했을까? 그녀에게서 우리 사회가 바라는 참된 공직자의 상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은경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한 채 전문성에 근거한 정확하고 자세한 설명을 했다. 또한 강제가 아닌 설득하는 언어를 사용한 것 역시 호소력 넘쳤다. 단순히 현황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 시대를 향한 제언을 담았다는 점도 믿음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백신도입이 늦었다는 점과 너무 엄격한 방역정책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은 비난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노력을 비하한다거나 폄훼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는 분위기다. 2022년 5월, 그녀는 질병관리청장에서 퇴임했다. 기력을 다했는지 날이 갈수록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와 낡고 투박한 구두를 보면서 눈물이 찡했던 적이 참 많았다. 이후 서울대병원 감염병정책연구위원, 서울대 의대 임상교수로 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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