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둑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처럼 예상했던 우려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많은 보수 지지자들이 엘리트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호감을 느끼지만, 김건희 여사만큼은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건희는 대선캠프 당시부터 논문표절 의혹과 함께 무속신앙에 빠져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김건희 리스크
사실 김건희 리스크는 워낙에 다양한 의혹들이 있기 때문에 그 현상을 단순화시켜 일반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일단 본인 스스로가 정권창출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믿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를 윤석열의 아내가 아닌 동지라고 인식하는 것이며, 동시에 오너십을 가지고 국정을 돌보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대범하고 추진력이 강하지만, 수가 얕고 실수가 잦은 편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이 자꾸만 이반되니, 어떻게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론가, 목사, 기자 등과 같은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하는 동시에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교류를 통해 친밀감을 쌓으려 했다. 이 와중에서 온갖 구설수가 나왔던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해결사가 아닌 리스크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였다.
기본적으로 보수는 경솔한 모습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집단이다. 예를 들어 김건희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채 팬클럽 '건희사랑'을 앞세웠던 강신업 변호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실 내부에서 촬영된 그녀의 사진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팬클럽에서 공개된 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실 내부는 보안상의 이유로 사진촬영과 녹음이 금지됐다. 따라서 대통령실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은 국가기록물로 취급되어 대변인실을 통해 언론이나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 절차다.
영부인을 위한 팬클럽이 존재하는 것이 잘못됐다거나 팬클럽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게 아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는 모습들은 보통 보수가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질감을 느낀 합리적인 보수와 기독교인들이 김건희를 통제하지 못하는 윤석열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는 윤석열은 아내를 전혀 자제시키지 못한 채 그저 문제를 수습하기에 바쁘다. 오죽할 말이 없었으면, 여당 내부에서도 그를 사랑꾼, 상남자 등으로 포장했던 게 아닐까 싶다.
반면 문재인 정권은 여사 리스크를 관리함에 있어 나름 차별점을 보였다. 실제로 김정숙 여사 역시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그간의 김정숙의 행보를 살펴보면, 김건희만큼이나 대통령인 남편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마냥 좌지우지하려 드는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그녀를 확실하게 자제시킬 수 있게 3철(전해철, 이호철) 중에 한명인 양정철 원장을 마크맨으로 세우면서 리스크 관리를 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보수와 진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뭔지 알고 나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현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손쉽게 예측할 수 있다. 진보는 현 체제를 변화시켜야 되기 때문에 기존에 있었던 것을 무시하는 반면, 보수는 기존 체제를 존중하기에 관습을 도덕으로 보고, 그것을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 주목해야 될 점은 보수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엘리트 기득권 계층과 기독교인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크게 ㉮ 중도, ㉯ 중도보수, ㉰ 보수, ㉱ 극우라는 스펙트럼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에서 합리적인 중도와 중도보수의 입장에서는 실수가 잦은 김건희가 권력을 남용한다고 판단할 것이며, 충성스러운 보수와 극우의 입장에서는 무속인과 인연이 많이 닿아있던 그녀가 이교도처럼 느껴질 것이다. 즉, 평범한 보수 지지자들의 눈에는 김건희가 보수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중도, 중도보수, 보수, 극우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많은데, 이들은 기존 한국사회의 엘리트 계층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는 다른 종교를 이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토속신앙을 이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같은 엘리트 계층인 윤석열이 실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김건희가 실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리적인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윤석열이 탄핵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김건희를 최대한 자제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천공스승, 무정스님, 건진법사 총정리
사실 윤석열이 각종 무속신앙과 연결됐던 이유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펼쳐졌던 2021년 2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TV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써놓은 게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그렇잖아도 탄핵을 당했던 박근혜 정권이 박태민 목사로 대변되는 사이비 종교와 연루되면서 엄청난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계감이 엄청났다. 이와 관련된 인물은 대표적으로 천공스승, 무정스님, 건진법사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① 천공스승
천공스승(1952년)은 국민학교를 중퇴했으며,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정법을 깨달았다고 한다. 과거에는 해동신선도라는 신흥종교를 창시해 운영했지만, 유부녀 제자와의 동거가 드러나면서 문을 닫게 된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를 통해 생활강의 형식으로 각종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물욕이 없을 것만 같은 초연한 외관과 달리 강연사업으로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벤츠를 타고 다니는 건물주다. 윤석열의 멘토로 알려져 있으며,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도 있다.
② 무정스님
무정스님은 윤석열과 김건희를 이어준 사람이다. 말이 스님이지 딱히 불교계에 속한 사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김건희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을 때 본격적으로 등장했는데, 무정스님이 김건희는 남자고, 윤석열은 여자라고 언급한 내용이 화제가 됐다. (이를 근거로 윤석열이 김건희를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통령 부부가 어느 정도 무속신앙에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③ 건진법사
스스로를 국사(國師)라 칭하는 건진법사는 일광조계종 소속이다. (참고로 일광조계종은 불교 조계종과는 상관없는 단체다.) 건진법사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하며, 김건희와의 친분을 대내외에 과시한 적이 있다. 물론 무속인이 캠프에 몸담고 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당시 네트워크 본부는 해체됐다. 그랬던 건진법사와 측근들이 대선이 끝난지 불과 반년도 안돼서 권력을 등에 업고 정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을 나돌았다.
건진법사는 대기업과 접촉을 시도했는데, 대통령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권에 개입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에서는 공식적으로 건진법사가 대통령 부부와 어떠한 관계도 없음을 공식화했다. 심지어 건진법사의 지인은 건진법사와의 친분을 주장하며, 유력 정치인들을 만나 다가올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힘써주겠다고 회유한 정황마저 밝혀졌다. 말 그대로 아사리판이 돼버린 것이다.
그나마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으로 이들을 주의하라고 경고한 것은 다행이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건진법사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아쉽다. 마치 도둑이 설치고 다니는데, 도둑을 잡을 생각은 안하고 그저 주민들한테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꼴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분명히 윤석열과 김건희가 마음먹는다면, 그들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 부부가 이들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함을 의미하며, 심지어 반대의 상황일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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