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제2부속실은 영부인의 각종 행사와 일정, 메시지, 의상 등과 같은 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기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정도로 김건희 리스크가 부각되자 제2부속실 설치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2부속실의 도입배경과 역할, 기능 등을 살펴보자.
대통령실 제2부속실 역할, 도입배경, 기대효과
① 대통령실 제2부속실 도입 배경
지난 1972년 박정희 정권 당시 청와대에 제2부속실이 최초로 설치됐다. 이는 육영수 여사의 활동을 효율적으로 돕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기존 부속실을 제1부속실과 제2부속실로 분리해 전담기관을 만들었던 것이다. 육영수는 정치에 일절 신경 쓰지 않은 채, 소외계층들을 살피는데 주력했다. 특히 일반인은 물론 의사와 간호사도 접촉하길 꺼렸던 한센인(=나병환자)의 인권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 때문에 박정희에게 맞서 싸웠던 진보진영에서도 그녀만큼은 비판을 자제했을 정도였다.
② 제2부속실 역할 및 기능
초창기만 해도 부속실은 대통령 부부의 개인적인 일정까지 돌보고 있는 만큼 따로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을 거치지 않은 채 대통령 직속으로 관리됐다. 그래서 제1부속실은 대통령의 사무, 제2부속실은 영부인의 사무를 돌봤다. 과거에는 아무래도 제1부속실이 제2부속실보다 더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케어하는 만큼 훨씬 더 실세라는 느낌이 있었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 당시만 해도 제1부속실장(고공단 가급)의 직급이 제2부속실장(고공단 나급) 보다 높기도 했다.
이후 이명박 정권 당시 부속실은 대통령 직속이 아닌 비서실장 직속으로 직제가 변했다. 이전 정권에서 부속실이 비리의 온상으로 거론으로 되자, 거리를 두기 위한 일환이었던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사실상 가신(家臣)에 가까운 최측근 만이 부속실에 갈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김윤옥 여사는 제2부속실 전원을 본인의 모교인 이화여대 출신으로만 채우기도 했다.
③ 제2부속실은 비리의 온상?!
박근혜 정권 당시에는 따로 영부인이 없었지만, 소외계층들을 위한 창구로 활용한다는 명분 하에 제2부속실을 계속 유지했다. 이는 실제로 육영수가 이와 같은 목적으로 제2부속실을 운영했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점차 변질되어 최순실 게이트로 대변되는 국정농단이 터지는 시발점이 됐다. 비선실세와 관련된 논란이 터지면서 제2부속실은 2015년에 폐지된다.
당시 문고리 권력이라 불리던 3인방이 있었는데, 바로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실장, 안봉근 제2부속비서실장이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인데, 이들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최측근들이었다. 참고로 문고리가 없으면, 방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문고리 권력은 권력자를 쉽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추가적으로 총무비서관이 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데, 대통령실의 예산과 활동비를 관리하는 곳간지기라고 보면 된다. 역시나 대통령실 내 주요 요직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김정숙 여사를 위해 다시 제2부속실을 부활시켰다. 제2부속실장은 1급 비서관이었으며, 실장을 포함해 총 5~10명 규모로 운영됐다. 다면, 여전히 제2부속실의 역할이 분명하게 규정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김정숙이 단골로 이용했던 의상 디자이너의 딸이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했다는 게 밝혀졌다. 그렇잖아도 김정숙은 최소 178벌의 옷과 200개가 넘는 악세사리를 착용해 논란이 됐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인사 청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심지어 당시 청와대는 옷값으로 지출됐을 거라 예상되는 품위유지비, 의전비와 관련해 국가 안보, 국방, 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국가 중대 이익을 해칠 유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심지어 법원에서 이를 공개하라는 명령을 했음에도 항소로 시간을 끌다가 결국 대통령 임기 종료와 함께 대통령기록물로 넘겼다. 참고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15년 동안 관련 정보가 비공개된다. 만약 개인사생활과 관련됐다면, 무려 30년 동안 비공개로 관리된다.
역대 영부인 계보
프란체스카 도너(이승만) → 공덕귀(윤보선) → 육영수(박정희) → 홍기(최규하) → 이순자(전두환) → 김옥숙(노태우) → 손명순(김영상) → 이희호(김대중) → 권양숙(노무현) → 김윤옥(이명박) → X(박근혜) → 김정숙(문재인) → 김건희(윤석열)
개인적으로는 김정숙에 대한 대중의 불호가 워낙 심했던 까닭에 그녀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김건희 여사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역대 최악의 영부인으로 종종 꼽혔다. 아마도 이미지 자체가 이희호, 권양숙 여사 등과 같은 역대 영부인들에 비해 좋게 말하면 활발하고 호방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가볍고 설친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불만이 공공연하게 터져 나왔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다. 그렇잖아도 문재인 정부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스스로 내로남불을 자초했던 터라 비난은 자연스럽게 커지게 됐다. 물론 공수처가 기존 특별감찰관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매년 예산을 배정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궁색한 변명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④ 그럼에도 제2부속실을 반드시 도입해야 되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대선공약으로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폐지를 약속했다. 보수진영 자체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만큼 대통령실도 슬림화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김건희에 대한 잡음이 워낙 심했던 만큼 아예 국정에서 배제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함도 컸다. 실제로 김건희는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아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제2부속실을 없앴다. 하지만 현실은 제1부속실 격인 부속실에서 배우자팀이 김건희를 보좌했다. 물론 아예 아무런 지원을 하면 안된다는 것은 애시당초 말이 안됐다. 영부인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할 때마다 동행해야 될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에도 꾸준히 참석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창기만 해도 행정관 2명 수준이었던 배우자팀도 현재는 점차 커져 5명까지 확대됐다고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영부인은 선출된 공직자가 아닌 만큼 대통령의 내조에만 신경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혹은 육영수, 이희호 여사와 같이 아예 사회적인 약자들을 돌보는 방향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와 관련된 활동은 제2부속실과 같이 공식적인 기관에 의해 집행돼야 한다. 관련 예산이 별도로 책정되는 만큼 투명성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으며, 추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를 관리감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이었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은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징역 1년 6개월형을 받았으며, 만기출소 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실시한 특면사면을 통해 복권됐으며, 현재는 대통령실 시민사회3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의 인재풀이 좁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징역을 다녀온 사람까지 써야 될 정도로 적당한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이후 벌어질 탄핵 정국을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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