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당 내에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주요한 직책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자리가 바로 당대표가 임명하는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이다. 오죽했으면 이들 자리를 두고, 때에 따라서는 피 터지는 계파갈등이 펼쳐지기도 할 정도다. 당대표, 원내대표와 함께 당 4역으로 꼽히는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의 역할과 권한, 임기, 선출방법 등에 관해 알아보자.
누가 뭐래도 당내 1인자와 2인자는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맞다. 그렇다면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중에서 누가 진짜 당내 3인자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선거를 눈앞에 둔 국면이라면, 아무래도 사무총장의 입김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파갈등이 극단에 이른 상황에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정책위의장에게 이목이 더 쏠릴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 참석이 불가능하다.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역할, 권한, 선출방법 총정리
① 정책위의장
정책위의장은 정당의 정책사령탑이다.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은 정책을 통해 현실화되는데, 그 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이 바로 정책위의장이다. 지도부를 구성하는 한축으로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보통은 3~4선 의원이 많이 한다. 다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가 아닌 만큼 대통령이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국회의장단(국회의장, 국회부의장)을 꿈꾸는 잠룡과 원로들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국회와 정당 내 주요 선출직, 임명직 관례
· 당대표 : 유력 대권주자, 관리형 당권주자
· 최고위원 : 초선, 재선의원
· 상임위 간사 : 재선의원
· 상임위원장 : 3선의원
· 사무총장 : 3선의원
· 원내대표 : 3선, 4선의원
· 정책위의장 : 3선, 4선의원
· 국회의장, 국회부의장 : 5선 이상 의원
원래는 의원총회에서 투표로 선발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한팀이 되어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 제도를 채택했었다. 그래서 정책위의장의 임기가 원내대표와 동일하게 1년으로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 이후 2021년을 기점으로 당내 정책개발 역량이 강조되면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따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당헌당규가 개정됐다. 이때만 해도 정책위의장은 당내 3인자로서 위상이 높았다.
하지만 선출직으로 운영되다 보니, 정책통이 아닌 의원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현재는 사실상 당대표가 임명하는 구조로 다시 변하게 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한 뒤,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당대표가 가진 임면권(임명, 면직)에 의해 지명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이준석이 1대 당대표에 취임했을 때는 이종배 의원에서 김도읍 의원으로, 김기현 의원이 2대 당대표에 취임했을 때도 성일종 의원에서 박대출 의원으로 정책위의장을 교체했던 것이다. 3대 당대표로 당선된 한동훈 역시도 당연히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나 본인 스스로가 원외 당대표인 만큼 정책위의장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법안을 제대로 입안하기 힘든 실정이었다.
하지만 친윤계에서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임기가 1년으로 고정됐다는 이유로 사퇴를 막았다. 아마도 진짜 속내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는 총 9명(당대표 1명, 최고위원 6명, 원내대표 1명, 정책위의장 1명)이 참석하는데, 이중 친윤계는 김재원, 인요한, 김민전 최고위원,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으로 총 5명이었다. 즉, 이들이 단합하면, 친한계가 원하는 데로 당이 끌려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었다. 민심을 등에 업은 한동훈이 기존 정점식에서 김상훈 의원으로 정책위의장을 교체했다. 참고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일극체제가 완성됨에 따라 당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던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계속 유임시키는 등 나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② 사무총장
사무총장은 정당의 살림꾼으로 운영과 관련된 모든 일을 총괄한다. 크게는 당의 인적자원인 당직자와 물적자원인 당비를 관리한다. 얼핏 보면 딱히 의미 있는 자리라고 느껴지지 않지만, 공천시즌이 되면 엄청난 주목을 받는다. 이는 사무총장에게 당무감사권이 있기 때문이다. 당무감사는 당협위원장이 해당 지역에서 얼마나 지지기반을 잘 다져놓았는지를 평가하며, 그 결과에 따라 공천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많이 관여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사무총장이 아예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공정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외부에서 공관위원장을 모셔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간사로서 해당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확실히 최고위원보단 중량감이 높은 편이다. 주로 3선의원들이 맡는 편이지만, 알짜 자리인 만큼 재선부터 4선중진들도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워낙에 할 일이 많은 만큼 원로들은 기피한다.
사무총장은 절차적으론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결정되고 임명되지만, 사실상 당대표가 지명한다고 봐야 된다. 임기는 딱히 정해진 게 없지만, 당대표 임기인 2년까지는 별일 없다면 충분히 직무수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직 중에 요직인 만큼 대개는 1년 정도 맡는 게 관례다. 최고위원과 달리 당대표가 사퇴한다 하더라도, 계속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실제로 당이 거듭되는 위기로 인해 비대위 체제를 맞았다면,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사무총장만큼은 자리를 지키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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