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이는 대통령이라는 직 자체가 헌법을 통해 내란 또는 외환죄를 짓지 않고서는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을 정도로 그 신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실제로 재직 중인 대통령은 그 어떠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없다. 대신 국회에게는 탄핵이라는 막강한 견제권이 있다. 대통령 탄핵의 뜻과 조건, 절차 등을 알아보자.
대통령 탄핵 뜻, 조건, 절차 총정리
탄핵(彈劾)은 국회가 고위공직자를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파면하는 제도다. 한자를 보면 따지고, 캐묻는다는 의미인 만큼 어쩌면 그 과정에 더 방점을 찍는 것 같기도 하다. 탄핵은 조건과 그 과정이 쉽지 않다. 특히나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탄핵은 그 자체가 비극인 만큼 모두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된다. 아래는 대통령 탄핵의 절차다. 간단해 보이지만, 절대 쉽지 않다.
대통령 탄핵 절차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 법사위 심사 → 본회의 표결 → 헌재 심사 → 인용 혹은 기각 → 인용 시 대선
대통령 탄핵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가능하다. 다만, 이때의 위법사항이 국민의 신임을 저버릴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중대해야 된다. 실제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진행됐을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통령직 유지가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을 때 탄핵이 가능하다며, 64일 만에 청구를 기각시켰다. 이때 그 예시도 언급했다.
대통령 탄핵 사유
· 뇌물수수, 공금횡령 등 부정부패
· 국익을 명백히 해치는 행위
·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
· 국가 조직을 이용해 국민을 탄압
· 국가 조직을 이용해 부정선거나 선거조작
노무현은 대통령의 권력이 서슬 퍼런 집권 2년차에 선거법 위반, 측근 비리 공범으로서의 책임, 국가 경제와 국정 파탄 책임 등을 이유로 탄핵의 위기에 몰렸다. 실제로 당시 선관위는 노무현이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공식적으로 했다는 이유에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참고로 대통령은 선거에 있어 중립을 지켜야 되는 의무가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구 조건
국회의원 재석인원 과반수(=151명)가 동의해야 되며, 재석인원 2/3(=200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새천년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국회 재적인원 271명 중 2/3(=181명) 이상인 193명의 찬성을 이끌어 냈으며, 결국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참고로 탄핵소추안의 공식적인 청구인은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을 탄핵시키려는 움직임은 여론의 엄청난 역풍을 맞았으며, 곳곳에서 탄핵을 반대한다는 촛불시위가 일어났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구 일정, 17대 총선일
·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구일 : 2004년 3월 12일
· 17대 총선 : 2004년 4월 15일
·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 선고일 : 5월 14일
이는 결국 17대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노무현을 보호하려 했던 열린우리당(152석)은 신생 정당이었음에도, 국회 과반수를 넘겼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한나라당(121석)은 원내 1당을 빼앗겼으며, 탄핵에 동조했던 새천년민주당(9석)은 교섭단체 조건도 못맞출 정도로 몰락했다. 김대중 정권 당시 새천년민주당과 열린 내각을 구성했던 자민련(4석)도 정체성을 잃은 탓에 멸문당하고 말았다. 당시 총선을 통해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10석)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노무현 탄핵의 동력이 정치지형적인 이유에서 출발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은 사뭇 달랐다. 집권 4년차인 2016년 11월에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여야가 합의했던 특검법이 통과됐으며, 이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꾸려졌다. (이때 수사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던 사람이 바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 한동훈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이었다.) 이후 수사를 통해 박근혜는 특가법상 뇌물죄, 직권남용 및 강요죄,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을 이유로 피의자가 됐다.
당시 김무성 당대표, 유승민 의원 등을 필두로 한 새누리당 내 비박계는 이전 새천년민주당 사례 덕분에 계속 주저했지만, 결국 탄핵을 지지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열릴 정도로 민심이 이반됐기 때문에 탄핵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박근혜 탄핵에 대한 여론은 노무현 탄핵 때와는 정반대 움직임이었다. 애초에 박근혜 탄핵의 시발점은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이었던 탓이 컸다.
결국 2016년 12월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의원 재석인원 299명 중 2/3(=200명) 이상인 234명의 찬성을 이끌어 내며 가결됐다. 공식적인 청구인은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의원이었다. 참고로 본회의를 통과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행정부가 아닌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기 때문에 대통령이 반대권, 즉 재의요구권을 사용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되는 시점부터 대통령의 권한행사는 즉시 정지된다.
최종 결정은 헌재가 내리는데, 결정시한은 최대 180일이다. 9명으로 구성된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청구에 찬성해야 되며, 탄핵이 확정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된다. 탄핵이 결정됨과 동시에 대통령은 궐위 상태가 되므로,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참고로 박근혜 탄핵소추안 청구는 92일 만에 인용됐으며,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직을 권한대행 했다.
사실 박근혜는 2016년 10월에 스스로 하야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다. 하야(下野)는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에는 동정 여론 때문에 특검 자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하야 자체가 법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되는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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