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를 좀 더 몰입감 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룰을 알고 있어야 되는 것처럼 한국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종 선거와 제도들을 잘 파악해야 된다. 특히 주요 선거인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는 이를 기점으로 국정의 주도권이 바뀌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이들 선거에서 정당기호를 부여하는 기준과 이인제 방지법 등에 관해 알아보자.
선거 주요일정, 정당기호 부여기준, 이인제 방지법 뜻
국회의원 선거 같은 경우에는 선거일 전 120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가능하다. 이때부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되기 위한 엄청난 물밑경쟁이 펼쳐지는데, 이 과정을 공천이라 한다. 거대양당의 공천은 총선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중요하다. 각 정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곳에 공천을 받으면 무조건적인 당선이 보장되어 있을 뿐만 격전지인 수도권 지역에서도 후보 본인의 경쟁력만 괜찮다면 승리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 주요일정
· 선거일 전 120일 :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
· 선거일 전 120일 : 지방자치단체장 사직 마감일
· 선거일 전 90일 : 공무원 사직 마감일
· 국회의원 임기마감일 전 120일 : 비례대표 승계 마감일
· 정당별 1분기 경상보조금 지급일
· 정당별 공천 마무리
· 선거일 전 20일 : 후보등록 마감일
· 선거일 전 20일 : 정당별 선거보조금 지급일
· 선거일
① 공관위원장 임명
거대양당의 공천이 끝나야 제3지대나 군소정당들도 공천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이 종종 일어난다. 실제로 이 시기에 의원들의 탈당과 입당은 물론 합당과 분당, 신당 창당이 가장 활발하게 발생한다. 혹자는 정치인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철새처럼 당적을 옮겨 다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다. 애초에 정치생명이 끊어지면, 그 어떤 현실 정치를 할 수가 없다.
각 정당의 지도부에서는 공천을 최대한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로 이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 따로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공관위원장을 임명하는 사람이 바로 당대표(=비대위원장)인 만큼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다. 따라서 총선 시기에 당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이 사실상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정한다고 볼 수 있다. 보통 미래권력이라 할 수 있는 유력 대권주자가 당대표인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공천에는 계파의 목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24년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친윤계가, 더불어민주당은 친명계가 당권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만약 계파에 속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왔다 한들 그 어떤 것도 보장받을 수가 없다. 따라서 공천심사는 무조건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② 이인제 방지법
경선불복 금지법에 의거,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는 해당 선거의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는 지난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신한국당 당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한 이인제 후보가 이를 불복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한 것이 계기가 돼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인제 방지법이라 불리는 것이다.) 물론 경선에서 떨어졌더라도 다른 지역구 출마는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대선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다른 지역구 자체가 없기 때문에 출마가 원천 봉쇄된다고 보면 된다.
다만, 당내 경선에 참여하지 못한 채 컷오프된 경우에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나 신당 창당 후 출마 등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공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후보자들에게 최소한 경선만큼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또한 경선에 이겨서 이미 공천권을 받았지만, 이후 지도부가 공천권을 거둬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같은 지역구 출마가 가능하다. 실제로 22대 총선에서 경선 승리를 통해 후보가 됐던 장예찬이 공천권을 빼앗기자, 무소속 출마를 하기도 했다.
③ 후보단일화
최종적으로 공천권을 받은 후보들은 선거일 전 20일까지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한다. 따라서 이때가 바로 진영별 후보단일화를 위한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후에도 후보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미 투표용지에 이름이 인쇄된 상태인 만큼 그 효과가 떨어지는 편이다.
④ 정당기호 부여기준
선거일 전 20일인 후보등록 마감일을 기준으로 정당 별로 소속된 국회의원이 많은 순으로 기호가 부여된다. (즉, 여당인지 야당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기호는 크게 전국통일기호와 전국통일기호가 아닌 경우로 나뉜다. 전국통일기호는 지역구 의원이 5명 이상이거나 직전 대선, 총선 비례대표 선거, 지방선거 비례대표 선거 등에서 3%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한 정당에게만 적용된다.
전국통일기호를 부여받은 정당은 모든 지역구에서 동일한 기호를 달 수 있기 때문에 숫자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만약 특정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경우에는 결번으로 처리된다. 반면 전국통일기호를 부여받지 못한 경우에는 지역구마다 기호가 다 다르기 때문에 숫자를 전면에 내세우기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기호 1번과 2번을 차지하는 게 확실했기 때문에 기호 3번을 누가 차지할지가 관건이었다. 많은 유권자들이 사표방지 심리 때문에 웬만하면 3번이 넘어가는 후보에게는 표를 잘주지 않는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실제로 제3지대 빅텐트를 띄우려는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의 입장에서는 기호 3번을 차지하기 위해 합당을 서두르기도 했다.
당시 녹색정의당 소속의 의원수는 총 6명이었다. (참고로 정의당은 지난 2024년 1월 녹색당과 합당에 합의해 녹색정의당이 됐다.) 따라서 통합 개혁신당이 7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확보해야 기호 3번을 차지할 수 있었다. 빅텐트를 치는 데 성공한 시점에서는 총 4명의 국회의원을 확보했다. 기호 3번의 상징성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녹색정의당도 이를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을 펼쳤다. 예를 들어 지난 2024년 1월에는 정의당 비례대표 5번으로 당선된 이은주 의원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이은주는 선거법 위반으로 인해 항소심인 2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다만, 대법원의 3심 결과가 아직 선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의원직을 빠르게 사직했다. 이는 국회의원 임기만료일 전 120일부터는 아무리 결원이 생기더라도 의원직을 승계할 수 없다는 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의원수는 국고보조금 확보 여부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위성정당을 런칭하면서 기호 3번과 4번을 가져갔을 뿐만 아니라 제3지대도 분열됐다.
⑤ 투표권
개정된 공직자선거법에 따라 만 18세부터 투표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지난 22대 총선에서는 2006년 4월 11일생까지 투표가 가능했으며, 다가올 2026년 9회 지방선거에서는 2008년 6월 4일생까지 투표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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