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권력서열은 공식적으로 명문화된 것이 없지만, 의전서열을 통해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하다. 다만, 아래의 의전서열은 실제 권력 크기를 나래비 세운 지표가 아닌 만큼 참고 정도만 하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대통령이 궐위됐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승계서열도 알아보자.
위 의전서열에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부총리급)은 물론 서울시장(장관급)이나 경기지사(차관급) 등과 같은 선출직 광역자치단체장들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에 외청이긴 하지만,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찰청장(차관급), 국세청장(차관급)도 제외됐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굉장히 특수하다. 6선의원 이상의 원로는 사실상 국가원수와 비슷한 대접을 받으며, 선수에 따라 5선의원(총리급), 4선의원(부총리급), 3선의원(장관급), 초재선의원(차관급)의 대우가 달라진다.
대한민국 의전서열 TOP 10 총정리
① 대통령
대통령은 삼권 가운데 행정부의 수장을 맡고 있으며,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임기는 5년이며, 단임제다. 만약 현직 대통령이 4년 중임제에 합의하는 개헌을 하더라도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할 수 있다.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모든 외교와 관련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국군의 통수권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군인들의 최고 직속상관이 되며, 유사시에는 계엄령 선포도 가능하다.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만큼 아무리 삼권이 분리됐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이 가장 강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통령은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물론 대법관 13명, 헌법재판관 3명, 여기에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등도 임명할 수 있다. 따라서 사법부가 대통령의 입김으로부터 완벽하게 독립적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② 국회의장
국회의장은 삼권 중 하나인 입법부의 수장이다. 국회의원 재적인원 과반수(=151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선출된다. 관례상 원내1당에서 출마한 후보가 만장일치의 표결로 당선된다. 물론 원내2당이 다른 당들과 연합해서 후보를 낼 수도 있지만, 양당제가 고착화된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선과 동시에 당적을 포기해야 되며, 국회를 중립적으로 운영할 의무를 가진다. 임기는 2년으로 전반기와 후반기 국회마다 새롭게 선출한다.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국회의장의 강력한 권한이었던 직권상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명예직으로 전락했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본회의 진행 등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다. 따라서 대권주자가 아닌 정치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라고 할 수 있다. 주로 5선 이상의 의원이 맡으며, 임기가 완료된 이후에는 정계은퇴를 하는 게 수순이다.
③ 대법원장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장과 함께 삼권 중 하나인 사법부의 공동수장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6년이다. 아무리 삼권분립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제왕적 대법원장제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임명직 공무원 치고는 굉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 대법관 후보 제청권, ㉯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 지명권, ㉰ 중앙선관위 선관위원장, 선관위원 지명권을 비롯해 ㉱ 판사는 물론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모든 법원직원의 임명권을 행사한다.
참고로 대법관(장관급)의 수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4명이며, 이들 중 2명이 각각 선관위원장(총리급)과 법원행정처장(장관급)을 겸임한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이긴 하지만, 소부재판과 전원합의체 판결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 내 2인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대법관이 4명씩 3개 소부로 나눠서 소부재판을 담당한다. 소부재판에서 1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전원합의체 판결로 넘어가는데, 이때는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투입된다.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경우에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다. 대법관(14명) 전원의 2/3 이상으로 재판부를 구성해야 되므로 합의체의 최소인원은 10명이라 할 수 있다. 표결은 관례상 대법관 경력이 짧은 순부터 참여하며, 가장 마지막에 대법원장이 한다. 대법원장은 다른 대법관들의 자율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다수의견에 표결하는 관례가 있다. 따라서 사실상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④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소장은 대법원장과 함께 삼권 중 하나인 사법부의 수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48년 제헌헌법에 따라 설립된 헌법위원회가 그 시초이며, 지난 1987년 9차 개정헌법을 통해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총 9명의 재판관(장관급)으로 구성되며, 이들 중 1명이 헌법재판소장이 된다.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재판관 9명은 대통령이 3명을 임명,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 국회가 3명을 선출한다. 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며, 중간에 소장이 된 경우에는 재판관으로서의 잔여임기까지만 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참고로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순으로 의전서열이 결정된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에 비해 사법부가 홀대받아서가 아니라 민의의 반영순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되며, 국회의장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에 의해 뽑히는 만큼 간선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절차적인 차이가 있다.
⑤ 국무총리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보통 부통령과 국무장관을 두지만, 한국은 의원내각제 성격이 혼합됐기 때문에 국무총리가 존재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며, 행정부의 2인자다. 하지만 국무총리에게는 그 어떠한 임명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대통령의 방패로 활동한다. 실제로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장관급),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급) 마저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역대 국무총리를 맡았던 정치인 대부분이 인지도를 대권주자급으로 키울 순 있었지만, 대통령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국무총리는 정해진 임기가 따로 없지만, 대체로 정권과 명운을 같이 하는 편이다. 심지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낮은 경우에는 국면전환용으로 해임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화 이후 재임기간이 1년보다 길었던 역대 총리가 손에 꼽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국무총리가 늘 중요하게 언급되는 이유는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기 대통령 선거가 60일 안에 치러져야 되는 만큼 이 기간 동안에는 아예 중대한 결정 자체를 안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승계서열
국무총리 → 기재부장관 → 교육부장관 → 과기부장관 → 외교부장관 → 통일부장관 → 법무부장관 → 국방부장관 → 행안부장관 → 보훈부장관 → 문체부장관 → 농림부장관 → 산자부장관 → 보건부장관 → 환경부장관 → 노동부장관 →여가부장관 → 국토부장관 → 해수부장관 → 중기부장관
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선관위는 총 9명의 선관위원(장관급)으로 구성되며, 이들 중 1명이 선관위원장(총리급)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관위원장은 대법관 중 한명이 겸임하는 만큼 사실상 대법원장이 지명한다고 보면 된다. 선관위원 9명은 대통령이 3명을 임명,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 국회가 3명을 선출한다. 선관위원의 임기는 6년이며, 중간에 선관위원장이 된 경우에는 대법관으로서의 잔여임기까지 혹은 정권이 바뀔 때까지만 위원장직을 수행한다. 비상임직인만큼 최고 헌법기관의 수장 6명 중에서는 서열이 가장 낮다.
투표권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근간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이 위정자를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거기에 문제가 생기면, 건전한 발전이 불가능해지며, 종국에는 독재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가 올바르게 운영되도록 심판을 보는 선관위의 역할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래서 선관위원장의 의전서열이 6위에 위치할 정도로 높은 것이다. 심지어 기재부장관보다 높은 게 실화일까 싶지만, 그만큼 선거가 주는 의미가 크다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⑦ 여당대표
여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을 의미하며, 여당대표(부총리급)는 여당의 당대표를 의미한다. 여당은 대통령이 행정부를 장악한 덕분에 원하는 정책을 별다른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빠르게 실천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이 민생경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는 레토릭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당정일체가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여당대표는 2인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고집스럽게 밀고 갈 수 없다.
반면 당정분리를 강조하고, 여당 내 야당 포지션을 끌고 갈 경우에는 아무리 여당대표라 할지라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심지어 민심이 이반해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대통령의 탈당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권 말기가 아니라면 이렇게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란 쉽지 않다. 단, 임기 중에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대표 같은 경우에는 미래권력으로 분류되며 그 위상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마련이다.
⑧ 야당대표
야당은 여당이 아닌 모든 정당을 의미한다. 따라서 야당대표는 다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전상 교섭단체만 우대하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당대표만 의전서열에 올라갔다. 여당대표는 대통령이라는 존재를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되는 만큼 직무수행에 있어 난이도가 높은 반면, 야당대표(부총리급)는 정치지형상 고려해야 될게 많지 않다. 하지만 범야당이 200석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그 어떠한 법안도 통과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공약을 당장에 실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⑨ 국회부의장
국회는 국회의장 외에 국회부의장 2명을 선출해야 된다. 만약 교섭단체가 2개라면, 관행적으로 원내1당과 원내2당이 1명씩 가져갔다. 이렇게 하면 여야가 공히 국회부의장을 1명씩 보유할 수 있다. 매우 예외적으로 교섭단체가 3개일 경우에는 국회의장을 보유한 원내1당을 제외한 원내2당과 원내3당이 국회부의장을 1명씩 배정받았다. 물론 국회부의장을 노리는 4~5선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당내에서 치열한 경선을 통과해야 차지할 수 있다.
국회의장과 달리 당적보유가 가능하며, 상임위 활동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다. 사실 국회부의장 역시 국회의장만큼이나 명예직으로 취급된다. 실제로 하는 역할이라곤 국회의장이 부재할 경우, 본회의 진행을 대신하는 정도다. 그에 비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다선중진들이 국회부의장(부총리급)을 노리고 있다. 국회의장과 마찬가지로 전반기와 후반기에 따로 2명씩 선출된다.
⑩ 감사원장
감사원은 정부와 공기업, 공공기관 등의 직무감찰과 회계감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편제상 대통령 직속기관이긴 하지만,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감사원을 지휘 감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사원장(부총리급) 자체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만큼 그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다. 참고로 감사원은 헌법기관의 구성원인 만큼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이 아닌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으로 감사원장을 임명한다고 보면 된다.
감사원은 총 7명의 감사위원(차관급)으로 구성되며, 이들 중 1명이 감사원장이 된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즉, 감사원장이 감사위원의 임명을 요청하지 않으면,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감사위원을 임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관례상 감사원장을 제외한 6명의 감사위원 중 3명은 내부승진, 3명은 외부에서 초빙하고 있다. 감사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의 임기는 4년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다만, 감사원장의 경우에는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잔여임기와 상관없이 교체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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