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전의원의 지난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많은 울림이 있다. 여상 출신의 삼성전자 임원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이제는 크고 작은 5번의 선거를 치러본 베테랑 정치인이 됐다. 심지어 그녀는 창당을 해내기도 했다. 이는 그녀만을 위한 열성지지자가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업적이다. 양향자의 프로필과 반도체 전문가, 한국의희망 창당과 합당 등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자.
양향자 프로필, 반도체 전문가, 한국의희망 창당
양향자(1967년)는 광주여상을 졸업했으며, 삼성전자 기흥연구소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했다. 할 줄 아는 게 딱히 없다 보니 복사 등과 같은 잡무만을 맡았다. 그런데 그녀가 복사를 했던 서류들 대부분이 반도체에 관한 일본어 논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연구원들조차도 일본어에 능통한 사람이 얼마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일본어 강의를 수강해서 배워갔다. 3개월 만에 일본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연구원들을 도왔다. 그러자 그녀에 대한 대우가 조금씩 달라졌다.
당시만 해도 연구보조원에게는 책상조차 비치되지 않았다. 그래서 회의실이나 탕비실 한켠에서 일을 했는데, 능력을 인정받고부터는 책상이 주어졌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은 그녀를 더 이상 미쓰양이 아닌 양향자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1988년 일본의 반도체 권위자인 하마다 시게타카 박사가 삼성에 방문하자, 그녀에게 통역과 가이드를 맡기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그녀의 통역 실력 자체는 뛰어나지 않았지만, 케미가 나름 좋았던지 둘 사이의 인연은 이후 3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1990년 삼성전자 직원과 결혼을 했으며, 공부도 틈틈이 이어갔다. 사내대학인 삼성전자공과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과정을 수료했으며, 한국디지털대 인문학 학사와 성균관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SRAM설계팀 책임연구원, DRAM설계팀 수석연구원, 플래시설계팀 부장,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로 승진하게 된다. 삼성전자 내 최초의 여상 출신 임원이었다.
사실 그녀가 삼성전자 내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임형규의 도움이 컸다. 임형규(1953년)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카이스트 전자공학 석사, 플로리다대 전자공학 박사를 취득한 명실공히 반도체 전문가다. 양향자가 연구보조원이었을 당시 임형규는 책임연구원이었는데,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에게 끝없이 동기부여를 하며, 성장을 유도했다. 그 역시도 삼성전자의 기술총괄 사장이 됐으니 대단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이후 SK텔레콤 부회장, SK하이닉스 이사를 거쳐 한국의희망에 입당한다.
양향자의 스토리는 정치권에서도 특별하게 느꼈다. 2016년 1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그녀에게 영입제안을 했다. 그녀는 같은 해에 있었던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주시 서구(을)에 출마했으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 당대표에게 패배하고 만다. 안철수계와 동교동계가 손을 잡고 런칭했던 국민의당은 새정치 바람을 타고 20대 총선에서 무려 38석이나 확보하는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따라서 당시의 패배는 그녀의 떨어지는 경쟁력을 증명했다기보다는 선거구도 자체가 너무 나빴다고 볼 수 있다.
낙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거는 그녀에 대한 기대가 컸다. 2016년 8월에 있었던 2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된다.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하려 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지역조직을 오랫동안 다져온 이용섭 전의원을 뚫지 못하고 떨어졌다.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 차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임명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나경원 의원을 막기 위해 동작구(을)에 자객공천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같은 지역구에 다시 출마했다. 그리고 천정배와의 리벤지 매치에서 승리해 의원배지를 달게 된다. 하지만 2021년 7월, 지역구 사무실 직원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치적 위기가 찾아온다. 해당 직원이 외사촌 남동생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회유한 정황이 어느 정도 포착됐기 때문에 여론이 매우 안좋았다. 결국 그녀는 가해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자진탈당을 선택했다.
무소속이 된 이후로는 친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실제로 2022년 4월,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법 입법을 강행할 당시 무소속인 그녀를 법사위로 사보임해 안건조종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펼쳤지만, 그녀가 반대하면서 스탭이 꼬이게 된다. 참고로 안건조정위원회는 상임위 재적의원 1/3 이상이 요청하면 열리는데, 다수당 3명과 소수당 3명으로 구성된다. 안건위원회는 최장 90일까지 토론을 할 수 있으며, 재적의원 2/3(=4명)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즉,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해 안건조종위원회를 신청했다고 보면 되고, 더불어민주당은 입법지연을 막기 위해 소수당 몫으로 본인들과 한팀이라고 생각했던 양향자를 투입시켜 이를 빠르게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양향자가 반대하자, 민형배 의원을 위장탈당시켜 법사위로 보냈다. 이재명 방탄을 위해서 엄청난 무리수를 연이어 두자, 당연히 민심은 나락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같은 해 있었던 8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패를 당했다.
반면, 당시 양향자가 보여준 합리적인 모습은 중도층과 보수층에 꽤나 인상적으로 비춰졌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그녀에게 반도체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살려 반도체특위 위원장으로 선출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이후 2023년 8월, 양향자 신당인 한국의희망을 창당한다. 현실적으로 독자생존이 힘들기 때문에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진행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2024년 1월 이준석의 개혁신당과의 합당을 결정한다.
여러모로 국민의힘으로의 합류가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제3지대를 선택했다는 것을 통해 뭔가 뜻하는 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녀는 개혁신당과의 합당 당시 당명을 한국의희망으로 하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알려진다. 당시에 합당과 관련해 자신을 따르던 한국의희망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계속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24년 22대 총선에서 개혁신당 소속으로 용산시(갑)에 출마하지만, 겨우 득표율 3.21%를 확보하면서 역대급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선거기간 내내 엇기장을 놓는 모습이 자신의 열성지지자인 한국의희망 출신들을 잠재우는 데는 도움 됐을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꼰대처럼 보였던 것 같다. 총선 패배 이후 그녀는 잠행 중이다. 참고로 해당 지역구는 경찰 출신의 이상식(50.22%)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이원모(43.83%)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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