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보여줬던 정치행보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교훈들을 얻을 수 있다. 불의를 못참는 정의의 사도로서 서슬 퍼랬던 문재인 정권의 치부를 폭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윤석열 정권의 비호를 받아 헌정 사상 초유의 초고속 사면을 받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의 프로필과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폭로, 초고속 특사, 2023년 강서구청장 선거에 관해 알아보자.
김태우 강서구청장 프로필,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폭로, 초고속 특사
김태우(1975년)는 경상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검찰수사관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특별관찰반에서 근무했다. (참고로 문재인 정권은 공수처 설치를 명분으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진 않았지만, 민정수석의 지휘 하에 비슷한 목적을 수행하는 특별감찰반을 운영했다.) 2018년 11월,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청와대에서 제기한 김태우를 향해 각종 의혹과 징계요청에 관해 과태료 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김태우는 2018년 12월, 공익신고라는 명분으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무마와 관련된 내용들을 폭로했다. (참고로 폭로된 내용 중 일부 의혹들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당하자, 2019년 1월 대검찰청에서는 결국 중징계인 해임처분을 내렸다. 이후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아 강서(을) 지역구에 출마하지만, 진성준 의원에게 밀려 낙선하고 만다.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캠프에 들어갔다. 그리고 같은 해 있었던 8회 지방선거에서 체급을 낮춰 강서구청장 선거에 나섰다. 박빙의 대결 끝에 김승현 후보를 꺾고 결국 강서구청장이 된다. 강서구 자체가 오랜 기간 동안 민주당 텃밭이었던 만큼 김태우의 정치적 위상은 단번에 커졌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징역 1년형, 집행유예 2년을 최종 확정하면서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
그렇게 강제적으로 정치적인 휴지기를 갖는가 싶었지만, 윤석열이 같은 해 광복절 특사로 김태우를 사면복권시켜 줬다. 사실상 대법원의 판단을 무시한 셈이었다. (실제로 해당 사면은 대표적인 대통령의 사면권 오남용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김태우는 자신이 잃었던 강서구청장 자리를 두고, 보궐선거에 나설 수 있었다.
참고로 맹형규법에 따르면, 재보궐선거의 귀책사유가 있는 사람은 해당 선거의 출마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 자진사퇴를 했거나 ㉯ 선거법위반으로 인해 궐위됐다면 출마할 수 없다. 하지만 ㉰ 임기 도중 기타 범죄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딱히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피선거권을 잃기 때문에 굳이 명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태우와 같이 초고속 사면을 받은 것 자체가 초법적인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여러모로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러한 촌극이 발생되는 것을 막았어야 됐지만, 이를 관리하지 못했다. 이유야 어찌 됐던 자당 소속의 출마자 때문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도의적으로는 아예 공천을 하지 말았어야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에게 공천을 주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김태우는 선거운동을 하던 당시 본인 때문에 40억이라는 혈세낭비가 발생했다는 비판에 대해 미래를 위해 수수료 차원에서 애교로 봐달라고 말했다가 엄청난 역풍을 자초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국회의원 급 후보였던 경찰청 차장 출신의 진교훈을 후보로 낙점하는 등 철저한 대비에 나섰다. 실제로 경찰 vs 범죄자 프레임이 만들어지자, 분위기 자체가 압도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쏠리게 됐다. 결국 김태우(39.37%)는 진교훈(56.52%)에게 무려 17.15% 차이로 패배했다.
개인적으로 김태우 본인의 경쟁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본인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와 허니문 기간이었던 정권 초창기였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김건희 리스크가 아직 본격화되기 전이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된다. 차라리 김태우가 당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좀 더 시간을 두고 2024년 22대 총선에 나갔다면, 분위기가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선거패배 이후 김태우는 자숙에 들어갔으며, 22대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참고로 강서구는 국회의원 선거구가 무려 3개나 되는 만큼 기초단체이긴 하지만 구청장의 파워가 나름 센 편이다. 진보세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역대 보수진영에서 기를 제대로 펴보지 못했다. 실제로 22대 총선 당시 강선우 의원은 강서(갑)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며, 진성준은 강서(을)에서 3선의원의 고지에 올랐다. 한정애 의원은 강서(병)에서 무려 4선의원이 됐다. 그나마 강서(을)은 김성태 전의원이 이전에 3선을 달성한 곳인 만큼 나름의 보수세가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당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김기현 지도부는 무너졌으며, 이를 계기로 윤석열의 최종병기나 다름없던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투입됐다. 하지만 한동훈은 윤석열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정말로 각을 세우면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윤한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나름 2012년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정권에 맞서 여당 내 야당 포지션을 만들었던 것과 유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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