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은 헌법 79조에 의해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특별사면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예외적인 조치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시대상황과 맞물려 반영되는 결과인 만큼 세간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대통령 특별사면의 목적과 절차, 일반사면과의 차이점, 복권 없는 사면 등에 관해 알아보자.
대통령 특별사면은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대규모로 단행되지만, 보통은 특정 정치인과 경제인을 타겟팅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이명박 정권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전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해야 된다는 명분 하에 홀로 특별사면과 특별복권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워낙에 이례적인 사례였던 탓에 당장에 형평성 문제가 나왔다. 그리고 유명 정치인과 재벌 총수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거냐는 자조 섞인 여론마저 형성됐다. 실제로 사법부에서 열심히 재판해서 죄지은 사람을 기껏 처벌해 놨더니,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이를 맥없이 사면한 꼴이다. 따라서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특별사면이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는 하지만, 나름의 기준과 견제장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범죄인들에게 사면과 복권의 기회를 주는 진짜 이유는 뭘까? 원래는 직무상 잘못된 관행에 따라 피치 못하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던 주요 공직자들에게 다시 한번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애초에 나름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을 선별했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화 시기를 맞아 야당이 강하게 요청하면, 화해와 포용의 의미를 담아 정치인들도 대거 사면해 주기 시작했다. 이때의 관습은 여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다. 즉, 사면을 실행하는 진영의 입장에서도 원하는 정치인을 끼워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타협점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지자들을 다시 한번 결집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다.
대통령 특별사면 목적, 절차, 일반사면 차이점, 광복사 특사 총정리
① 사면, 복권 뜻
사면(赦免)은 형벌을 면제한다는 뜻이다. 즉, 죄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형벌을 없애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사면을 받은 뒤에도 전과기록은 여전히 남아있다. 복권(復權)은 상실했던 자격, 권리를 되찾는 것을 의미한다.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을 잃게 되는데, 복권이 되면 이를 되찾을 수 있다. 보통은 사면과 함께 복권도 시켜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를 복권 없는 사면이라 하는데, 반쪽짜리 조치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받았으며, 원래대로라면 2023년 5월까지 수감생활을 해야 됐다. 징역 2년형 같은 경우에는 피선거권 상실기간이 5년이므로, 2028년 5월 이후에나 선출직 공무원 도전이 가능했다.
윤석열 정권은 지난 2022년 12월 신년 특사를 통해 김경수를 복권 없이 사면시켰다. 즉, 피선거권 회복이 2027년 5월로 앞당겨지면서 2027년 21대 대통령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지만, 2028년 23대 국회의원 선거는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리고 2024년 8월 광복절 특사를 통해 아예 깔끔하게 복권을 시켜줬다. 이에 따라 다가올 2026년 9회 지방선거에도 나갈 수 있게 됐다.
② 일반사면 vs 특별사면
사면의 종류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다. 일반사면은 죄의 종류를 정해 그 죄를 지은 모든 사람의 벌을 면제하는 것이다. 이미 형을 선고받았다면 선고의 효과를 소멸시키고, 아직 형을 선고받지 않았다면 공소권을 소멸시켜 준다. 워낙에 범위 자체가 광범위한 만큼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회 내 강대강 대치가 심각해진 현시점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일반사면은 지난 1995년 이후에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특별사면은 특정인의 형벌을 면제하는 것이다. 효력 자체는 일반사면과 동일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별사면 자체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정무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23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에 나섰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들 수 있다.
김태우는 청와대 특별감찰관 출신으로 문재인 정권의 비위를 공익신고하면서 이슈가 됐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강서구(을) 지역구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하지만,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 진영 자체가 붕괴된 상태였기 때문에 속절없이 낙선하고 만다. 이후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하다가 같은 해있었던 8회 지방선거를 통해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2023년 5년 그가 가지고 있던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이 대법원 확정되면서 강서구청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에 윤석열은 불과 3개월 뒤인 광복절에 맞춰 김태우를 사면복권시켜 준다. 재판부의 판결을 사실상 부정한 채 곧바로 재보궐선거에 나설 수 있게 도와준 셈이었다. 당연히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김태우는 낙선하고 말았다.
③ 특별사면 절차, 일시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특별사면 후보를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대통령이 선정한다고 봐도 되는 게,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을 임명하고, 이 법무부장관이 심사위원을 위촉하기 때문이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필요에 의해 언제든 실시될 수 있다. 역대 정권을 살펴보면, 주로 신년과 설날, 부처님오신날, 취임일, 광복절, 연말 등에 시행했으며, 이중에서는 광복절특사가 가장 유명하다. 참고로 사면, 복권 이외에 감형을 시켜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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