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노웅래 전의원은 마포구 터줏대감으로 불리며, 대를 이어 해당 지역에서 정치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기본적으로 유한 사람인만큼 안점감을 주는 편안함이 있다. 물론 대표적인 비문계인 만큼 주류에 속하지 않는 나름의 반골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그의 프로필과 뇌물수수 의혹, 체포동의안 부결에 관해 알아보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정의로울 거라 믿는 것은 환상 혹은 종교에 가깝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민주화 시대의 민주당은 지금과 분명 달랐다. 당시는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민주화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시기였고, 평등과 인권을 위해 싸운 투사들이 민주당 소속으로 많은 헌신을 했다. 실제로 대한민국 민주화에 일조했던 민주당 86세대 의원들은 스스로가 높은 도덕적 우월감을 느낄 법했다.
하지만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정말 도덕적으로 국민의힘 보다 우월한 게 맞을까? 솔직히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온갖 정의로운 척은 다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진실이 너무 많이 드러났다. 그게 폭발했던 사건이 바로 조국사태였다. 그렇다 보니, 자꾸 내로남불이라는 논란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진보진영도 세를 이뤄감에 있어 이런저런 사람들을 모두 받다 보니, 무려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을 유용했던 윤미향 의원이나 배임, 횡령, 부정채용을 저질렀던 이상직 의원 같은 사람들도 왔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모든 사람들을 잘 걸러낼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런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들이 어떻게든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행동했어야 됐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22년 12월, 노웅래의 체포동의안 부결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권력을 갖게 되면 더불어민주당도 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던 것 같다. 실제로 중도 성향의 사람들은 이재명 당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더욱 반발하게 됐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더욱 강한 의회권력을 갖추면 갖출수록, 이재명의 대선행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된다.
노웅래 프로필, 마포 터줏대감, 체포동의안 부결
노웅래(1957년)는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국대 언론학 석사를 취득했다.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MBC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아빠 노승환 전의원의 강력한 정치적 위상 덕분에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마포구(갑) 지역구에 출마해 손쉽게 당선됐다.
참고로 노승환은 지역구인 마포구에서 무려 5선의원을 지냈으며, 국회부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입법부에서 행정부로 무대를 옮겨 마포구청장에 도전했으며, 2차례나 당선됐다. 노승환은 2가지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 출마했던 모든 선출직 공무원 선거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 14,000여번의 주례를 맡으면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살아생전 당시 마포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게 농담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웅래 역시 선거에 매우 강했는데, 이명박 열풍이 불었던 2008년 18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내리 마포구(갑)에서 당선되며 무려 4선의원이 됐다. 다만, 오랜 기간 당내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았던 비문계였기에 의정활동 자체는 딱히 주목받지 않았다. 여기에 투쟁적이라기보다는 온순한 성격도 눈에 덜 띄게 되는데 한몫한 것 같다.
사실 노웅래의 뇌물수수혐의는 송영길 당대표가 선출됐던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임시전당대회까지 돌아가야 된다. 당시 송영길 선거캠프에 있던 이정근 사무부총장이 사업가 박우식에게 10억여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을 추적하던 검찰이 노웅래 역시 5차례에 거쳐 각종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정황을 확인하게 된다.
이에 검찰은 2022년 12월 노웅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을 가지고 있지만,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통과되면 구속시킬 수 있다. 체포동의안의 통과조건은 국회의원 재석의원의 과반수(=151석) 동의다. 사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이제는 사라져야 될 역사적 잔재다. 과거 독재정권이 이어졌을 당시에나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이 의미가 있지, 오늘날에는 제도의 취지가 사라진채 악용만 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의원에 대한 구속수사가 요청되는 것은 대부분 부패혐의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니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으로 느껴지기보다는 특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실제로 노웅래 역시도 뇌물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심지어 노웅래가 청탁과 함께 돈을 받는 현장이 녹음된 파일도 확보된 상태였기에 사실상 빼박이라고 봐도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노웅래에 대한 체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민 정서를 고려해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만큼은 대체로 통과시켜 줬지만, 이번에는 재석인원 272명 중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이 피의사실을 공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 꼬투리 잡기에 불과했다. 대부분 다가올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단도리치기 위한 정제작업이라고 받아들였다.
막말로 검찰이 굳이 정치탄압할 정도로 노웅래가 거물급인가? 해당 녹취와 함께 노웅래의 자택에서는 무려 3억원의 현금이 나왔다. 상식적으로 세상에 어떤 사람이 현금을 3억원이나 집에 그냥 묵혀두나?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노웅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것이다. 물론 당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고 해서, 노웅래의 뇌물수수 혐의가 무죄로 종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불체포된 상태에서 검찰이 조사가 필요할 때마다 노웅래를 소환할 것이다.
이후 2024년 22대 총선을 맞아 이재명은 대대적인 친문계 청산에 나섰다. 그리고 친명계는 아니지만, 비문계가 분명한 노웅래를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는 명분 하에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이에 불복한 노웅래가 단식을 펼치기도 했지만, 결국 이를 받아 드리고 전략공천된 이지은 후보를 도왔다.
이지은(1978년)은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 내에서 경무관까지 진급했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가 편법 휴직으로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선거 내내 논란이 됐다. (팩트만 살펴보면, 해당 의혹에 대해 경찰청은 견책 처분을 내렸으며, 이와 관련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는 불문경고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정훈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인 정권심판론을 이겨내고, 당선에 성공하게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고 해서 딱히 더 정의로울 거라 믿는 것은 이제 편견에 불과하다. 따라서 굳이 그들을 신격화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 그나마 극우들이 득세하는 보수가 폭주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만큼은 제대로 수행하고 있으니, 공당으로서의 존재의미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우리 편이면, 어떤 식으로든 감싸고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언제든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그 권력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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