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번째 대정부 질문이 불과 2시간 만에 김병주 의원의 막말 논란으로 파행됐다. 평소 점잖기로 유명했던 김병주가 급발진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데, 아마도 의도적인 도발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의 4성 장군이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하고 있는 김병주와 논란이 됐던 한미일 동맹에 관해 알아보자.
김병주 프로필, 4성 장군, 막말 논란
김병주(1962년)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 군인이다. 4성 장군인 대장까지 진급했으니 사실상 끝까지 다 가본 레전드라고 봐도 된다. 대체로 온건하고 합리적이면서도, 표현을 굉장히 절제하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서 21대 국회부터 들어왔으며,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경기도 남양주시(을) 지역구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2024년 1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에 대한 평가는 꽤나 좋은 편이었으며,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 역시 굉장히 성숙했던 탓에 대중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다만, 아직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탓에 최고위원 선거를 위해 당원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이번 김병주의 막말 논란은 2가지 관점으로 나눠봐야 된다.
김병주 막말, 한미일 동맹 논란 총정리
① 한미일은 동맹이 맞다? 틀리다?
사건은 2024년 6월 2월,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이 냈던 아래의 논평에서 시작된다. 당시는 북한에서 오물이 담긴 풍선을 연이어 날리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이게 무슨 논쟁거리가 될까 싶을 수 있다.
국민의힘 논평 (2024. 6. 2)
계속되는 북한의 저열한 도발 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한다.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이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며, 미국과 일본 역시 동맹이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 실제로 한미 동맹이라는 표현은 들어봤어도, 한일 동맹이라는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그저 안보협력을 하고 있는 사이일 뿐이다. 따라서 만약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 대신 한미일 군사협력이나 한미일 안보협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단어 하나 때문에 대정부 질문을 파행시켰을까 싶지만, 이는 당대변인이 낸 논평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당대변인의 발언은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름없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에 있어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쓴다. 따라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 자체는 당연히 할 수 있으며, 오히려 했어야 됐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호준석이 대변인에 임명된 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낸 실수가 아닐까 싶다. 그가 한미일 동맹이라는 단어에 담긴 정치적인 함의를 모른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호준석은 YTN에서 보도국 기자, 청와대 출입기자를 거쳐 앵커까지 했던 프로 중에 프로다. 앞으로 논평을 낼 때 좀 더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② 정신 나갔다는 표현
다만, 김병주가 그걸 전달하는 발언의 톤과 형식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었다. 아래는 해당 발언이다. 사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자당의 대변인이 내는 논평에 일일이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대변인 개인의 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의힘 의원들을 싸잡아 비난했던 것은 논리비약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김병주가 그걸 정말 몰라서 그랬던 걸까?
김병주 의원 대정부 질문 발언 (2024. 7. 2)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국민의힘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가 급발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애초에 철저하게 준비된 퍼포먼스였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발언이 나오기 전에 김병주는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함정질문을 했다. 최근에 한미일은 강화된 연합훈련을 했는데, 이게 한미일 동맹으로 가는 전 단계가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한덕수는 한미동맹은 강화하되, 한일관계는 개선시켜야 된다는 굉장히 영리한 대답을 했다. 그러자 밑도 끝도 없이 국민의힘 한달 전 논평을 언급하며, 극딜을 시전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김병주가 의도된 급발진을 시전했던 이유는 다분히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 중인 만큼 당원들에게 어필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다. 실제로 김병주는 재선의원이 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인지도 자체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따라서 강력하게 대여 투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물론 평소 소신도 어느 정도는 한몫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막아야 됐기 때문에 김병주의 막말이 오히려 호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실제로 국회는 김병주의 막말을 기점으로 대번에 아수라장이 됐고, 이에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병주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밝혔기에 결국 본회의 자체가 산회되고 말았다.
이후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게 유효한 전략인지는 모르겠다. 보이콧을 더불어민주당이 두려워하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콧방귀도 안뀌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보이콧은 다수당일 때나 효과적인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다른 관점에서 당황했을 거라 추정된다. 왜냐하면 이날 대정부 질문 이후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려고 계획했기 때문이다. 즉, 당차원의 전략이 개인의 전당대회 홍보 때문에 차질을 빚은 꼴이 됐다.
③ 김예지의 PC논쟁 끼얹기
여기에 김예지 의원이 PC논쟁을 끼얹혔다. '정신 나갔다'는 표현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들을 비하했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밖에 안보인다. 애초에 '정신 나갔다'는 표현은 일상에서 쓰이는 관용적인 문구다. 이게 만약 정말 특정그룹을 비하할 목적이 있다면, 가수 이승기가 부른 '정신이 나갔었나봐'도 비난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어쨌든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날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서면서 해당 이슈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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