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앞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당대표가 겪었던 의혹들에 관해 알아보려 했지만, 주관적인 감정이 어쩔 수 없이 섞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의 진짜 문제는 좌우진영 간의 대립이 아니라 기득권층의 도덕불감증이 아닐까 싶다. 강민진의 프로필과 함께 그녀가 연관됐던 갑질의혹, 지도부 은폐의혹 등을 알아보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진영은 왜 내로남불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것일까? 이는 평소 자신들의 도덕적 우위를 전면에 내세운 채 다른 사람들을 단죄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틀렸다기보다는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인 것 같다. 즉, 발언이 지속적으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상당히 높은 절제심을 가지고 수도승 같은 생활을 지속해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민진 프로필, 갑질의혹, 지도부 은폐의혹 총정리
강민진(1995년)은 중학교 때 자발적으로 학교를 퇴학하고,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한 뒤,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에 진학했다. 자신이 품은 생각을 그저 가슴속에 묻어둔 채 끝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쟁취해서 얻어냈다는 점에서 행동력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스토리가 그녀를 21대 국회 당시 원내정당이었던 정의당의 대변인이자, 청년정의당의 당대표로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청년정의당은 당내당 형식을 따르고 있는 정의당의 청년조직이다. 이는 오롯이 청년만을 위한 정치 플랫폼이 없다는 이유로 정의당에서 시도했던 혁신안 중에 하나였다. 정의당 상근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강민진은 2021년 3월 청년정의당 1대 당대표로 취임한다. 하지만 다음해 3월 갑질의혹과 관련된 사건이 불거지자 대표직을 스스로 사임했다. 2022년 10월 2대 당대표로 김창인이 선출됐으나 다음해 10월에 사퇴한다. 이후 청년정의당의 당대표직은 계속 공석인 상태다.
① 갑질의혹
강민진은 한 당직자와 근로계약 시 1년 뒤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으나 막상 재계약 기간이 되자, 임금을 되레 삭감하고 원래부터 정규직 전환조건이 아니었다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다른 당직자에게 채용 당시 정규직 전환을 보장한 적이 없었다는 식으로 얘기해 달라고 청탁한 정황이 발각됐다. 더불어 개인택배 반품과 선불지시 등과 같은 사적업무를 지시한 정황도 확인되면서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
해당 사건을 다룬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강민진은 갑질을 했던 당사자에게 심상정 의원을 향한 팬심으로 일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일해야 된다며 나무라는 장면도 나온다. 놀라웠던 점은 이 모든 것이 스스로가 페미라고 울부짖었던 강민진이 저질렀다는 것이다. 당연히 내로남불 얘기가 안나올 수 없는 대목이다. (다만, 현재 경찰이 이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만큼 결론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중립기어를 박고 관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② 지도부 은폐의혹
이후 강민진은 정의당 내에서 2차례나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음을 신고했는데, 여영국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폭로를 했다. 강민진의 주장에 따르면, ㉮ 지난 2021년 11월에 어떤 광역시도당 위원장이 그녀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해서 이를 당에 알렸으나 특별한 조치가 없었고, ㉯ 그 와중에 다른 청년정의당 당직자에게 또다시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의당은 자정능력을 이미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큰 재해와 작은 재해, 사소한 사고의 비율은 각각 1:29:300이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해당사건을 접근하면 크게 2가지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 ⓐ 평소 정의당에서 수없이 많은 부적절한 접촉(=사소한 사고)이 일어났을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강민진에게 큰 재해와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 그녀가 주장하는 부적절한 접촉이 사실은 오해일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강민진은 사건을 부풀리기 위해 피해자로 둔갑했다고 봐야 된다.
정의당은 어떻게 망해갔나?
그렇잖아도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가 되면서 존재감이 사라진 정의당은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특히 극좌로 분류되는 진보당에게도 밀렸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나마도 정의당을 수습할만한 리더십을 갖춘 여영국과 이정미 전대표 마저 지선에서 처참한 득표율을 기록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등판은 불가능했다.
노동자를 위한 정의당을 그동안 감초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페미들을 위한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연히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논리를 잃어버리고, 감정만 남아버린 정당에게 기대감을 품을 리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정의당은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든 도입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법안을 거래했던 순간을 시작으로, ㉯ 롤 대리게임 문제로 공정과는 거리가 멀었던 류호정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면서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장애인의 인권에 집중했던 장혜영의 활약은 주목할만했다. 하지만 결국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정의당은 대중으로부터 냉혹한 심판을 받게 된다. 단 한명의 의원도 배출해내지 못한 채 원외정당으로 밀려버린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원인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페미들이 장악한 정당을 그 어떤 사람들이 밀어줄 수 있을까?
따라서 권영국 지도부는 정의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데 집중해야 된다. 다시 한번 노회찬의 6411번 버스에 올라타 노동에 대한 의제를 강력하게 이끌어 가야 된다. 더불어 미래의 대선주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당에서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된다. 대한민국 정치 자체가 대통령제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포스트 노회찬이 없다면, 앞으로도 정의당에 대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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