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전의원이 정치권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꽃길을 걸으며,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됐다. 그만큼 그가 가지고 있는 커리어와 경쟁력이 굉장히 돋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스탭이 꼬이면서, 현재는 재기마저 불투명할 정도로 추락한 상태다. 그의 프로필과 웹젠, 주식백지신탁 논란, 동성 강제추행 혐의 등에 관해 알아보자.
지난 2022년 8회 지방선거 당시 하반기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가장 이슈가 됐던 지역구는 분당(갑)이었다. 김은혜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로 차출됨에 따라 공석이 된 자리에 대선주자급인 안철수 전의원이 투입된 것이다. 워낙에 중량감이 크다 보니, 딱히 별다른 경선을 거치지 않고도 단수공천됐다. 그동안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아 별다른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됐는데, 일단은 국회로 복귀하는 것을 선택한 듯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성남시장을 지냈던 이재명을 분당(갑)에 공천하지 않을까 예측했지만, 결국 진보세가 강한 인천시 계양(을)로 보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분당구에는 대장동이라는 해결되지 않는 골칫덩어리가 있기 때문에 정면승부를 피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대신 후보로 낙점됐던 김병관은 기본적으로 분당구 토박이일 뿐만 아니라 수차례에 걸쳐 이재명이 나선다면, 본인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선당후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철수의 분당(갑) 출마는 자신의 신화가 시작된 안랩이 분당구 판교동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도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됐다. 하지만 이재명이 계양(을)에 출마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특혜인 불체포 특권을 누리겠다는 의혹으로 밖에 안비쳐졌다. 그래서 대다수의 평론가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킨 연장선상에서 이재명의 행보를 해석했던 것 같다.
김병관 프로필, 웹젠, 주식백지신탁, 동성 강제추행 혐의
김병관(1973년)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산업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벤처창업의 신화로 유명하다. 2000년 벤처회사인 솔루션홀딩스를 공동창업했는데, 2003년 NHN에 매각했다. NHN에서 게임사업을 맡다가 2005년 NHN의 자회사인 NHN게임스의 대표로 취임한다. 그리고 2006~2007년에 있었던 NHN게임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2008년 NHN게임스가 코스닥 상장사였던 웹젠의 주식을 23.74% 취득하면서 대주주가 되는데, 이후 2010년 NH게임스와 웹젠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김병관이 웹젠의 2대주주로 등극했다. 이 과정이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그냥 NHN게임스가 웹젠을 합병했지만, 존속회사를 NHN게임스가 아닌 웹젠으로 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즉, 비상장사인 NHN가 기존 코스닥 상장사였던 웹젠의 껍데기를 입은 셈이다. (참고로 이를 우회상장이라 한다.)
웹젠 지배구조
· 2008년 : NHN → NHN게임스 → 웹젠
· 2010년 : NHN → 웹젠
· 2013년 : NHN엔터테인먼트 → 웹젠
· 2013년 : 김병관 → 웹젠
2011년 김병관은 웹젠의 대표가 됐으며, 2012년 김태영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이사회 의장이 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웹젠의 지분을 추가로 계속 매입했다. 이후 2013년 NHN은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인적분할됐다. 네이버가 포털사업을 가져가고, NHN엔터테인먼트는 나머지 게임사업을 챙겼다. 이를 기점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NHN엔터테인먼트가 웹젠의 주식을 조금씩 매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병관의 지분율과 동일해지며 계열관계가 청산됐다.
그리고 2016년 NHN엔터테인먼트는 중국의 대형게임업체 아워팜이 홍콩에 세운 특수목적회사(SPC) 펀게임에게 잔여주식 전부를 매각하고 엑시트했다. 결국 웹젠에 대한 지배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참고로 펀게임은 웹젠의 2대주주로서 게임개발에 있어 많은 협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관은 여전히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도 웹젠의 지분(27.32%)을 보유하고 있기에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22년 하반기 재보궐선거 당시 김병관(3,694억원)은 안철수(1,979억원) 보다 많은 재산신고를 하면서 역대급 신고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때 이해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그가 보유한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된다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상임위를 기존 산자위에서 행안위로 옮기는 것으로 이를 종식시켰다.
김병관은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주류였던 친문계 측에서 공들여 영입한 인사였다. 여러모로 국민의당 창당을 위해 탈당했던 안철수의 자리를 채우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김병관의 경쟁력은 안철수만큼이나 좋았다.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인기게임 '뮤'를 런칭했던 웹젠의 대표로서 IT업계 경력을 충분히 쌓았기 때문이다.
사실 당 지도부에서는 김병관을 키우기 위해 진보세가 강한 곳에 전략공천하려 했지만, 본인 스스로가 분당(갑)을 원했다는 후문이 있다. 분당은 경기도 내에서 강남과 같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에 속하던 곳이었다. 당 지도부가 꽃가마를 태워주려 했지만, 후보가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연고지에서 자력으로 승리한 것은 당시에 상당한 파란을 일으켰다.
국회의원이 돼서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게임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펼쳤다. 각종 규제들을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게임업계가 공식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을 정도였다. 단, 게임업계와 관련된 일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구 현안들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2020년 21대 총선에서 김은혜에게 패배하고 만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는 기세가 매우 중요하다. 한번이라도 꺾이게 되면, 다시 일어나기까지 엄청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된다. 총선에서 한차례의 패배를 경험했던 김병관의 입장에서 2022년 하반기 재보궐선거를 통해 빠르게 국회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했다. 다만 인지도면에서는 안철수를 이기기 어려우니, 어떻게든 지역일꾼이라는 슬로건으로 승부를 봤어야 됐는데, 본인의 지난 과오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결국 또다시 낙선하고 만다.
이후 김병관은 2019년 12월, 분당의 어느 한 식당에서 60대 남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는 김병관이 의원으로 재직 중일 당시에는 주저했지만, 2년 뒤인 2021년 12월에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혐의점을 발견하고, 2022년 5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같은 해 10월 검찰이 기소했고, 2023년 9월 1심 재판부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추가적으로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아마도 정치인으로서의 재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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