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의원의 정치 역경을 살펴보면, 짧은 기간 동안 상당히 다양한 경험을 했음을 알 수 있다. MBC를 대표하는 앵커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국회의원과 도지사, 홍보수석비서관에 도전하는 그 과정 자체가 상당히 다이내믹했던 것 같다. 그녀의 프로필과 지역구, 경기지사 낙선, 최근 근황 등을 살펴보자.
지난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서는 경기지사 선거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원래라면 서울시장 선거가 훨씬 더 화제가 됐어야 맞지만,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된 바가 있었기에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었다. 또한 연달아 터졌던 당내 성추행 관련 사건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고쳐쓰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부패했다는 인식이 확산됐던 터라 그야말로 어려운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경기도의 분위기는 달랐다. 정치색이라는 것은 늘 상대적인 것이다.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강북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비해 좀 더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면, 강북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비해 좀 더 보수적이다. 이는 교통이 발전함에 따라 경기도가 사실상 메트로 서울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역대 경기지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뭔가 반골성향을 가진 정치인들(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이 주로 당선됐다.
김은혜 프로필, 상임위, 앵커, 홍보수석, 경기지사 낙선
김은혜(1971년)는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MBC에서 주요 커리어를 쌓았다.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동했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 강점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에서 청와대 제1부대변인과 제2대변인을 역임하며,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2010년부터는 자신의 커리어를 살려 KT 커뮤니케이션실 전무로 역임했으며, 2014년에는 MBN 앵커가 되어 언론계로 다시 돌아왔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성남시 분당(갑) 지역구에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아 당시 현역이었던 김병관 의원을 이기고 당선됐다. 당시 수도권 선거에서 보수진영이 완전 몰락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그녀는 단번에 주요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때는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다. 애초에 윤석열 대통령 자체가 정치권에 입문하지 얼마 안된 만큼 인재풀이 매우 좁았다. 그래서 기존 친이계 인사들을 대거 받아들였는데, 그중에 한명이 바로 김은혜였다. 자연스럽게 윤석열과 가까운 사이라는 얘기도 돌았는데, 김은혜는 이를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으로 입각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녀는 바로 같은 해 6월에 있는 8회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여러모로 최초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을 노린 행보라고 해석됐다. 실제로 당선만 된다면, 단번에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국민의힘에서는 후보자 검증을 위해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실시했다. 그리고 김은혜는 결선투표에서 유승민 전의원을 꺾고 승리를 한다.
얼핏 생각하면 대권후보로 분류되는 유승민이 이제 막 국회의원이 된 김은혜를 압승할 거라 예상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배신자 프레임에 완고하게 갇혀 당원들 사이에서 민심을 회복하지 못했던 유승민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었던 것 같다. 한켠에서는 당시의 경선에서 윤석열이 개입했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후 2023년 3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아예 대놓고 당무개입을 했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던 김동연 전 기재부장관이 나섰다. 유세기간 내내 이들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승부는 의외의 인물인 강용석 전의원이 갈랐다. 국민의힘 복당에 실패한 강용석이 무소속으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김은혜의 입장에서는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그와 후보 단일화를 하면 강성우파의 표를 흡수하긴 하지만, 중도층의 표가 빠져나가는 역효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때문에 당시 강용석의 국민의힘 복당을 불허했던 이준석 지도부에 대한 비토도 나름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만약 강용석이 당내 경선에 참여했더라면, 애초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명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강용석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불호가 워낙 강하기에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이 했던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같은 긍정적인 시너지가 잘 기대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각자 독자적인 완주를 선택했고, 김은혜는 업치락 뒤치락 접전 끝에 패배를 당했다.
당선된 김동연과는 겨우 8,913표 차이로 낙선했던 까닭에 강용석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강용석이 무려 54,758표나 획득했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강용석의 똘끼 만을 문제 삼을 수 없는 게 김은혜 역시 재산신고를 축소했다는 의혹을 자초하기도 했다. (물론 241억원을 225억원으로 신고한 것이니 아마도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싶다.) 관련 내용이 투표 당일에 모든 투표소에 게시됐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느껴졌을 수밖에 없다.
여담으로 김은혜가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면서, 분당(갑) 국회의원 자리가 공석이 되자, 이곳에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해 재기를 노리던 김병관과 경쟁을 펼쳤다. 안철수의 성공신화가 시작된 안랩이 분당구 판교동에 있는 만큼 이곳으로의 출마는 어느 정도 명분이 있었기에 스토리텔링에 도움됐다. 결국 당선에 성공한다.
반면, 송영길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인해 공석이 된 인천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은 국회의원이 돼서 불체포특권을 노린다는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이는 그가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이 그저 루머에 불과했다면, 분당(갑)에 출마해 정면승부하는 게 순리에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계양(을) 자체가 워낙 진보세가 강한 만큼 이재명이 의원이 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낙선 이후 김은혜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됐다. 수석비서관 자체가 차관급이니 영전된 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커리어가 계속 끊어지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4년 22대 총선에서 기존 분당(갑) 지역구 대신에 분당(을) 지역구에 출마해 친명계의 핵심인 7인회 멤버 김병욱 의원을 꺾고, 재선의원이 되는 데 성공한다. 현재 가장 알짜 상임위로 불리는 국토위에서 활동 중이며,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법안을 적극적으로 발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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