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역대급으로 뜨거웠다.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은 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패배를 추스르는 동시에 다가올 2026년 9회 지방선거를 총괄할 지도부를 뽑았다. 전당대회 일정과 함께 당대표,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들의 프로필, 최종결과, 향후 정국 등을 알아보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사실상 레임덕에 들어갔다고 봐야 되는데, 실제로 다양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여당 당대표와 원내대표에 원하는 사람을 꽂아 넣지 못하고 있다. 불과 1년여 전인 지난 3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당선권과 거리가 멀었던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만들어낸 저력을 선보였지만, 이번만큼은 비윤으로 중도확장적인 포지션을 잡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어떠한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역대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 결과
· 1차 전당대회 : 2021년 6월 11일 → 이준석 1대 당대표
· 2차 전당대회 : 2021년 11월 5일 → 윤석열 대선후보
· 3차 전당대회 : 2023년 3월 8일 → 김기현 2대 당대표
· 4차 전당대회 : 2024년 7월 23일 → 한동훈 3대 당대표
사실 다음 대통령 선거가 2027년 3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동훈은 너무 빠르게 정치권에 돌아온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지난 22대 총선 자체가 정권심판론이 판을 좌지우지했던 만큼 국민의힘이 108석을 차지한 것도 어쩌면 선방했다고 봐야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비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 했던 한동훈은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다. 그렇게 잠깐이나마 정치적 휴지기를 가지나 싶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등판을 선택했다.
아마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일단 ㉮ 윤석열 정권 자체가 국정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여당의 지지율에 비해 대통령 지지율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만큼 백척간두의 상황에 놓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욱 암울한 점은 ㉯ 앞으로도 지지율을 반전시킬 기회가 안보인다는 것이다. 보통 전국단위 선거가 국면 전환의 분기점이 되는데, 다음 선거는 무려 2026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다. 솔직히 요새 분위기 같으면, 탄핵만 안당해도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심지어 ㉰ 당내 지지기반도 역대 보수 정권들에 비해 약한 편이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학살을 통해 친이계 의원들을 대거 국회에 진출시켰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2012년 19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에서 철저하게 친이계를 배제한 채 친박계를 지원했다. 친박계가 유독 다른 계파들에 비해 끈끈했던 이유는 무려 2차례나 박근혜의 도움을 받았던 탓이 크다.
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
· 예비경선 : 당원 여론조사 100%
· 본선 : 당원 80%, 일반국민 여론조사 20%
· 본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율 1등과 2등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
반면, 윤석열은 22대 총선에서 자기 사람들을 제대로 챙겨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친윤계가 제대로 국회에 들어가질 못했다. 따라서 본인이 핀치에 몰린 현 상황에서 여당이 딱히 든든한 방패 같다는 느낌이 안들었을 것이다. (참고로 문재인 전대통령은 19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무려 3차례나 공천에 관여했다. 이는 친문계가 오랜 기간 동안 더불어민주당에서 주류를 차지했던 이유다.)
하지만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지지율은 꽤나 공고하다. 심지어 지난 총선을 직접 관장하면서, 당내 지지기반도 강하게 다졌다. 실제로 공천기간 동안 온갖 비난을 들어가면서도 친문계를 강력하게 처단했으며, 결국 일극체제를 완성시켰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은 다가올 대선에서 단일대오로 선거에 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여권 잠룡들의 입장에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재명의 대항마이자, 보수의 차기 대권주자가 되기 위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계보
이준석 1대 당대표 → 권성동 직무대행 → 주호영 비대위원장 → 권성동 직무대행/권한대행 → 정진석 비대위원장 → 김기현 2대 당대표 → 윤제옥 권한대행 → 한동훈 비대위원장 → 윤재옥 권한대행 → 황우여 비대위원장 → 한동훈 3대 당대표
국민의힘 역대 당대표 계보를 보면 알겠지만, 당시의 상황은 절대 정상이 아니었다.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이후부터 이준석은 친윤계와 치열한 당권 경쟁을 펼쳤고, 결국 말도 안되는 과정을 통해 쫓겨났다. 중도 우파들이 대거 떨어져 나갔으니, 전국단위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애초에 승리가 불가능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자체가 말 그대로 당이 비상 상황에 처해졌을 때 운영되는 건데, 국민의힘은 지난 3년 동안 최소 14개월 이상을 비대위 체제로 보냈다. 정상이 아닌 셈이다.
전당대회 당대표, 최고위원 선거 기탁금
· 당대표 : 9,000만원 → 6,000만원
· 최고위원 : 4,000만원 → 2,000만원
(※ 단, 45세 미만 출마자에 한해 50% 감면)
마지막으로 ㉲ 당원들도 윤석열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그래서 배신자론이 통하질 않은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읽씹했다는 초유의 상황이 알려졌음에도 한동훈의 지지율은 압도적 1등이었다. 만약 지난 김기현 지도부가 성공적이었다면, 이번에도 어떻게든 친윤계 인사를 당대표로 밀어주는 전략에 찬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폭망했던 만큼 어떻게든 이재명에게만큼은 정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당원들이 그나마 잘싸울 수 있는 한동훈을 끝까지 밀었다.
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종결과
· 당대표 : 한동훈
· 최고위원 : 장동혁, 김재원, 인요한, 김민전
· 청년최고위원 : 진종오
한동훈의 입장에서는 박정훈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탈락한 게 너무도 아쉬울 것이다. 만약 친한계가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에서 과반인 3명을 차지했다면, 여러모로 당 운영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친한계가 선출직 최고위원 2명을 확보한 것과 장동혁 의원이 수석최고위원이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참고로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할 시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결과
① 나경원
나경원(1963년)은 5선의원으로 서울대 법대 학사, 동대학 석사와 박사를 졸업한 엘리트 판사 출신이다. 1차 전당대회 때는 이준석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배해 당대표가 되지 못했으며, 3차 전당대회 때는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려 불출마를 종용하는 바람에 출마를 포기했다. 4차 전당대회에서도 친윤계의 선택을 받지 못한 만큼 비윤계 주자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워낙에 굴욕적으로 무릎 끓었던 과거의 모습이 겁쟁이로 각인된 까닭인지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결과
· 한동훈(62.64%), 원희룡(18.85%), 나경원(14.85%), 윤상현(3.73%)
② 원희룡
원희룡(1964년)은 3선의원이자, 제주지사를 2차례 역임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도지사가 되어 행정가로 활동하기 전까지만 해도 소장파인 남원정(남경필, 정병국)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 하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친윤계 대표인사가 됐다. 22대 총선에서 인천시 계양구(을)에 출마해 이재명을 상대로 꽤나 선방하지만, 결국 패배했다. 4차 전당대회에서 네거티브 일변도로 접근하는 바람에 계파갈등을 자초한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③ 윤상현
윤상현(1962년)은 5선의원으로 서울대 경제학과, 조지타운대 외교학 석사, 동대학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이 때문에 무려 두번의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두 당선에 성공하면서 지역구 관리를 잘하는 정치인으로 유명해졌다. 살벌한 정권심판론이 판을 쳤던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된 몇 안되는 수도권 의원 중에 하나다. 대번에 대권주자로 떠올랐지만, 아직은 확실히 전국적인 지지기반 자체가 약한 것 같다.
④ 한동훈
한동훈(1973년)은 서울대 법학과, 콜롬비아대 로스쿨 출신이며, 소년등과를 했던 천재다. 검사 재직 당시 조선제일검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윤석열 정권하에서 법무부 장관을 맡으며, 사실상 정치권에 데뷔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가 똥볼을 차고 있을 당시 홀로 야당의 거센 공격을 틀어막으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총선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솔직히 한동훈이었기에 개헌저지선을 지켜냈다고 봐야 된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대표에 당선된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결과
① 김민전
김민전(1965년)은 서울대 외교학과, 동대학 정치학 석사,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재직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를 도아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으며, 국민의힘과의 합당 때 보수진영으로 넘어왔다.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으며, 최고위원 선거에 적용된 여성할당제 덕분에 출마와 동시에 당선됐다. 최근 자당 소속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할 때 함께 꿀잠을 자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결과
· 장동혁(20.61%), 김재원(18.7%), 인요한(17.46%), 김민전(15.09%)
② 김재원
김재원(1964년) 전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행시에 통과해 공무원으로 일했다. 이후 사시에도 통과해 검사로 재직했다. 역시나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3선의원이 되는 데 성공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몰락과 함께 극우로 전향한다. 이를 계기로 극단적인 행동들을 연이어 보여왔던 만큼, 4차 전당대회에서는 컷오프 당할 뻔했다가 겨우 생환했다. 역대 모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1차)과 수석최고위원(3차), 최고위원(4차)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한다.
③ 박정훈
박정훈(1971년)은 연세대 행정학 학사, 스토니브룩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동아일보 기자와 TV조선 앵커를 했으며, 22대 총선에서는 송파구(갑)에 공천받아 당선된다. 한동훈의 러닝메이트로 4차 전당대회에 나섰지만, 간발의 차이로 최고위원이 되는데 실패한다.
④ 인요한
인요한(1959년)은 연세대 의예과, 고려대 의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으며,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부모님 모두가 미국인으로 전북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순천에서 보냈기 때문에 전라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해 특별귀화를 했는데, 이를 계기로 미국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갖춘 이중국적자가 됐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거쳐, 지난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로 의원배지를 달았다. 원희룡의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선거에 나서 당선된다.
⑤ 장동혁
장동혁(1969년)은 서울대 불어교육학과 출신으로 행시를 통과해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사시도 패스해 판사가 됐으며, 16년 동안 몸 담았다. 이후 자유한국당 당시 보수진영에 들어온다. 2020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됐으며, 지난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됐다. 초선의원이 당내 요직 중에 요직인 사무총장이 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대표적인 친한계로 언급된다. 4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선거에 나서 당선된다.
⑥ 함운경
함운경(1964년)은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대표적인 운동권 인사다. 하지만 4번의 총선과 1번의 지선에 패배하며, 진보진영 내 주류가 되는데 실패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주도 성장론과 부동산 정책에 비판하며, 보수진영으로 전향했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마포구(을) 공천을 받았지만, 정청래 의원에게 꺾여 다시 한번 낙선한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서지만 떨어졌다. 원래는 친한계 인사로 분류됐지만, 지난 총선 전략을 비토했던 만큼 지금은 입장이 불분명한 상태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선거결과
① 김은희
김은희(1991년)는 원광대 스포츠과학과 학사, 석사를 졸업했다. 테니스 선수로 활동했으며, 체육계 미투 1호가 됐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하지만, 비례순번이 워낙 뒷순위라 낙선한다. 하지만 임기 막바지 4개월을 남긴 상태에서 허은아 전의원이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이동하면서, 국회의원이 됐다. 최고위원에 출마했지만, 여전히 낮은 인지도 등으로 인해 떨어졌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선거결과
· 진종오(48.34%)
② 김정식
김정식(1987년)은 세종대 경영학 학사, 동대학 심리학 석사를 취득했다. 지난 3차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3위로 낙선했으며, 22대 총선에서는 경기도 파주시(을) 출마를 선언하지만, 공천을 못받았다. 원희룡의 러닝메이트로 4차 전당대회에 나서지만 결국 떨어졌다.
③ 진종오
진종오(1979년)는 경남대 경영학과, 동대학 체육학 석사와 박사를 수료했다. 국가대표 사격선수로 역대 올림픽에서 무려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메달리스트다. 지난 2024년 3월에 은퇴하고, 바로 정치에 입문했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4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의 러닝메이트로 청년최고위원에 도전해 당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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