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미국 하원의 군사위원회 산하 정보특수작전 소위원회에서 2022년 국방안보 예산을 결정하는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에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대상국에 한국과 일본, 인도, 독일을 추가시켜야 된다는 안이 포함되어 있어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파이브 아이즈의 뜻과 유래, 향후 전망에 관해 알아보자.
당시 국내의 모든 언론에서는 이를 대서 특필하며, 이슈를 키웠다. 개인적으로도 뉴스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지켜봤는데, 추가되는 4개의 국가들 중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언급하는 장면에서 솔직히 소름이 확 돋았다. 도대체 파이브 아이즈가 뭔데 이렇게나 이슈가 됐던 것일까?
파이브 아이즈 뜻과 유래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는 말 그대로 다섯개의 눈을 의미한다. 눈은 보통 정보기관이나 첩보기관을 상징하는데, 실제로 파이브 아이즈는 정보동맹체를 뜻한다. 한국과 미국은 서로 어려울 때 무려 군대를 파견했을 정도로 가까운 동맹국인데, 정보동맹이 무슨 상관일까 싶을 수 있다.
동맹에는 여러 가지 등급이 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금전(차관)이나 구호물품(백신) 등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약한 단계라면, 자국민이 희생될 수 있는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 그다음 단계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을 언급할 때 굳이 혈맹(血盟)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파이브 아이즈는 그 이상의 최상위 동맹체다. 파이브 아이즈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속해 있으며, 주로 영(英) 연방계 국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이들 국가의 군대와 정보기관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게 파이브 아이즈의 주요 골자다. 즉, 미국과 영국의 국방부는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유되는 정보에는 1급 군사정보와 기밀정보 등이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극비 수준의 첩보와 산업기밀, 테러징후 등이 있다.
파이브 아이즈는 사실 굉장히 오래된 동맹이지만, 지난 2013년이 돼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을 정도로 굉장히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운영됐다. 이마저도 예상치 못했던 폭로에 의해 밝혀졌으며, 심지어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로 알려진 이스라엘마저도 파이브 아이즈의 멤버로 참여하지 못했을 정도로 가입자격이 엄격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국의 일원이었던 소련(러시아)과 중국이 급부상하자 공산진영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확대됐다. 이를 대항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자유진영에서 가장 믿을만한 우방국들과 함께 파이브 아이즈를 창설했다. 1946년에 영국과 정보공유 협약을 맺었으며, 이후 캐나다(1948년), 호주와 뉴질랜드(1956년)가 참여하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냉전이 끝난 지금은 G2 수준으로 부강해진 중국이 미국의 주요 경쟁자이자 적성국이다. (물론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역시 여전히 경계대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고부터는 아예 대놓고 중국과의 분쟁을 이어갔을 정도였다. 이는 2018년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강화를 본격화하면서 구체화됐다. 실제로 지난 2020년에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연합해서 4자 안보회의인 쿼드(Quad)를 발족하기도 했다.
특히, 이중에서도 호주는 2020년에 중국과 본격적인 무역분쟁을 펼쳤다. 호주의 철광석을 중국에 수출하는데 제한을 걸었으며, 이에 중국 역시 호주의 와인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해 수입이 어렵도록 만드는 경제제재로 대응했다. 지난 미중 무역분쟁과 닮은 꼴인 만큼 사실상 호주가 미국을 대신해서 대리전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적대적인 국가들의 눈(eyes)에 손상을 입히겠다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파이브 아이즈 향후 전망
파이브 아이즈는 단순히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의 승전국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약, 한국이 정말 미국과 모든 것을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이 된다면, 국가의 위상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지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파이브 아이즈 일원들을 심장까지 내어줄 수 있는 운명공동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이 끈질기게 파이브 아이즈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실제로 유독 미국에게 만큼은 바짝 엎드리는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영일동맹 구축에도 신경을 쓰면서 5+1 eyes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의 이런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발휘하며, 지난 2021년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이 일본 근해에서 장기간 머물며 합동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국의 항공모함이 미국과 주변국 이외에 머물러있었던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보면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이렇게 좋은 파이브 아이즈 참여를 왜 걱정해야 될까 싶은데, 문제는 중국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늘 함께 고려해야 된다. 특히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야 되는 상황인 만큼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파이브 아이즈 참여를 위해 외교적인 움직임을 보인 순간, 반드시 중국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파이브 아이즈에 가입하는 순간, 지난 2017년에 있었던 사드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경제제재가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앞서 언급한 쿼드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나마 쿼드는 일본이 주도했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할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파이브 아이즈는 누가 봐도 미국이 주축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물론 결국에는 안보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반드시 가입해야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할 수 있도록 외교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될 순간이다.
최악의 상황은 일본만 파이브 아이즈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6·25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 미국의 극동방위선에서 한국이 제외된 채 에치슨 라인이 선언됐을 때와 비견할 수 있다. 물론 당시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전혀 다른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입장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공급망 중에 하나일 뿐만 아니라 중국을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막아주는 GOP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 참여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 일각에서 중국과 가까운 한국이 과연 비밀유지를 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큰 기대를 가지지 말자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2월에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비슷한 내용의 안건을 트럼프 정부에게 제안했지만, 검토만 하다가 끝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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