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탓에 어떤 영화가 작품상을 받을지, 그리고 누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실상 이 4부문이 가장 메인이벤트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카데미 시상식과 오스카의 저주, 그리고 지난 2022년 시상식장에 발생했던 윌 스미스의 폭행에 관해 알아보자.
특히 지난 2020년에는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문화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협회의 정식멤버만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권위는 상당히 높다. 실제로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제작자, 감독, 배우, 스태프)만이 정식멤버가 될 수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활동을 지속해야 투표권이 생긴다. 따라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총 23개 부문을 시상하며, 이때 수여하는 트로피의 이름이 오스카이기 때문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오스카 시상식 혹은 오스카상이라고도 부른다. 유명세가 큰 만큼 각종 루머들이 많은데,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는 반드시 이혼한다는 오스카의 저주가 가장 유명하다. 실제로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수상 이후에 이혼을 한 여배우들이 정말로 많긴 하다. 뿐만 아니라 이후 작품에서 부진하는 경우도 잦았는데, 아마도 수상자라는 부담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카데미 시상식, 윌 스미스가 주먹을 날린 이유
지난 2022년 3월,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각 분야의 수상작과 수상자가 궁금해서 찾아보던 와중에 윌 스미스(Will Smith)에 관한 뉴스가 폭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윌 스미스가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소개하던 코미디언 크리스 록(Chris Rock)의 빰을 두들겨 버렸다. 당시의 현장 영상을 찾아봤는데, 거의 풀파워로 날렸다.
이 장면만 보면, 윌 스미스가 치기 어린 미성숙한 사람으로 매도될 수 있지만, 전후사정을 좀 더 듣고 나면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진행자로 나선 크리스 록은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Jada Pinkett Smith)를 자신의 유머코드로 삼았다. 'Jada, can't wait for G.I.Jane 2.'라고 한 것이다. 일종의 말장난을 한건데, 문제는 그녀가 자가면역질환에 따른 심각한 탈모를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데미 무어(Demi Moore)가 작품을 위해 삭발한 반면, 제이다는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삭발했다고 보면 된다.
어떻게 병환을 개그코드로 삼을 수 있을까? 이제 윌 스미스의 행동이 이해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심지어 크리스 록은 이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아시아인에 대한 비하발언을 하면서, 팬층이 극단적으로 갈리던 사람이었다. 솔직히 나 같아도 그랬을 것 같다는 남자친구나 남편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얘기를 듣고 나면, 또다시 마음이 바뀔 수 있다. 애초에 윌 스미스 아내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국민밉상이라는 것이다.
결혼 중에 아들뻘 되는 남자와 외도를 저지른 적이 있기 때문에 비호감으로 찍힌 데다, 자신이 질병을 이겨내는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해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며 돈벌이까지 하고 있었다. 즉,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크리스 록의 농담수위가 적절했으며, 이걸 가지고 정색했다는 게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 록이 농담을 했을 때 윌 스미스 역시 처음에는 그의 농담을 함께 즐겼다. 하지만 제이다가 정색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행동에 나섰던 것이 카메라에 잡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누가 봐도 확실한 잘못을 저지른 윌 스미스와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제이다에 대한 비판이 훨씬 심하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일을 당할 때마다 힘으로 해결하려는 윌 스미스의 모습이 자녀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흑인 커뮤니티에서조차 흑인들은 충동적이라는 편견을 스스로 증명해 버린 윌 스미스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생애 처음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윌 스미스는 후폭풍이 걱정됐는지, 물의를 일으킨 자신의 행동에 대해 연신 미안하다는 마음을 표시했다. 결국 날이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견디다 못한 협회에서는 이미 멤버에서 탈퇴한 윌 스미스에게 향후 10년 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을 포함한 관련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징계를 내렸다. 다만, 이미 수상했던 남우주연상은 취소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후보로 지명되거나 수상을 하게 되는 것은 막지 않았다. 그저 상만 직접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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