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조국혁신당이 원내 제3당으로 올라섰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거라는 여러 평론가들의 예상과 달리, 무려 12석이나 차지했다. 선거 이후 조국혁신당이 가장 먼저 보인 행보는 공동교섭단체 구축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공동교섭단체가 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공동교섭단체 뜻, 권한, 혜택
국회의원의 총원은 무려 300명이다. 각각의 사안에 대해 이들이 주장하는 바를 모두 경청하고 토론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 의사일정의 편의를 위해 교섭단체를 두고, 이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섭단체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포함한 국회 의사일정 협의는 물론 차원이 다른 수준의 막대한 국고보조금이 지급된다. 뿐만 아니라 상임위원장 임명과 함께 모든 상임위에 간사를 파견할 수도 있다.
교섭단체가 되는 구성요건은 의원수 20명이다. 엄청난 혜택에 비해 꽤나 간단해 보이는 조건이지만,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정치의 특성상 생각보다 달성하기 어렵다. 참고로 교섭단체와 정당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1개 정당이 교섭단체가 된 경우에는 단독교섭단체라 부르며, 여러 개의 정당이 모여 교섭단체 요건을 맞췄다면 공동교섭단체가 된다.
공동교섭단체는 교섭단체와 동일한 지위를 갖추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국고보조금만큼은 지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외한 모든 권한과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구성하려 노력한다. 실제로 역대 국회를 살펴보면, 의원 꿔주기를 포함해 총 5차례(삼민회, 자민련, 선진과 창조의 모임,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민주통합 의원모임)나 공동교섭단체가 등장했다.
비교섭단체의 의원은 상임위에서 사실상 깍두기 취급을 받는다. 아무리 국회가 합의정신을 강조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다수결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섭단체가 되면 각 상임위에 간사를 파견할 수 있는 만큼 거대 양당과 동일한 무게감의 발언권과 교섭력을 가지게 된다. 비교섭단체의 대표적인 사례는 정의당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의원들을 배출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결국 어떠한 아젠다도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한 채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몰락했다.
조국혁신당 공동교섭단체 불가능한 이유
당연히 조국혁신당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게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쉽지 않다. 아래는 통합의 대상으로 꼽힌 정당과 의원들의 명단이다. 이들 중 공동교섭단체에 적극적인 의원은 새로운미래 김종민 의원 밖에 없다. 이외에는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진 정당이 딱히 없다.
22대 국회 군소야당 총정리
· 조국혁신당 : 12석
· 개혁신당 : 3석(천하람, 이주영, 이준석)
· 진보당 : 3석(윤종오, 전종덕, 정혜경)
· 기본소득당 : 1석(용혜인)
· 사회민주당 : 1석(한창민)
· 새로운미래 : 1석(김종민)
· 더불어민주연합 중 시민사회 추천 : 2석(김윤, 서미화)
그나마 시민사회추천으로 당선됐던 더불어민주연합의 김윤, 서미화 의원은 가능성이 있었지만, 총선 직후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으로 가장 대척점에 놓인 개혁신당을 설득해야 되는데,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개혁신당은 총선 이전에 새로운미래와 빅텐트를 쳤다가 당이 존폐위기까지 몰린 적도 있다.
그렇다면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는 것을 원할까? 솔직히 딱히 그럴까 싶다. 머슴살이를 하려거든 대감집에서 해야 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냥 더불어민주당에 흡수합당되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더 낫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그저 소수정당의 대표로 있을 때 자신의 존재감을 더 키울 수 있기에 굳이 합당을 안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되는 방법은 아예 없을까? 교섭단체의 요건을 기존 의원수 20명에서 10명이나 5명 등으로 완화시키면 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을 치르던 와중에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이를 추진할 거라 약속했다. 개인적으로도 거대양당이 극한으로 대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완화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국 당대표가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만큼 이재명 당대표의 입장에서는 굳이 조국혁신당을 키워주진 않을 것 같다. 물론 조국도 사법리스크가 있는 만큼 2027년 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가능성 자체는 매우 낮다. 하지만 정치라는 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차라리 확실한 대연정을 약속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의원 8명을 꿔오는 게 가장 현실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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