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의 가장 큰 문제는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시킨다고 믿는 것이다. 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과정 간에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문재인 전대통령은 문빠들이 비문계들을 향해 도를 넘어선 행동들을 저질러도 경쟁을 흥미롭게 하는 양념이라고 옹호하기에 바빴다. 더불어민주당 수박당도 감별기준 5가지와 이낙연과 도깨비들에 관해 알아보자.
대표적인 강성지지자들의 모임하면 태극기부대를 꼽을 수 있다.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고 여기며, 지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자체가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한다. 온갖 근거들을 통해 그렇지 않다고 얘기해 줘도 소귀에 경읽기다. 황당하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저 이들이 행동에 나서 대중들에게 주장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그 과정에서 폭력적인 집회가 이어졌고, 눈살을 찌푸릴 만한 불법도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개딸(개혁의딸)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재명 당대표와 의견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발작버튼이 눌린 것마냥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보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비명계 의원들이 진저리 칠 정도로 시달림을 당했다. 불법에 가까운 개딸의 과격한 행동은 분명 문제가 많았다. 비명계 의원들의 명단을 좌표찍기 하고 위협적인 문자폭탄을 날리는가 하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을 정도의 행동들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소신 있는 비명계들은 지난 2024년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떠났으며, 당을 지키려던 비명계들은 공천학살을 당했다. 그렇게 이재명 일극체제는 완성됐다. 그나마 윤석열 정권이 역대급 졸속행정을 지속하고,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었기에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의석수를 몰아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2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입법독주를 할 수 있는 3/5(=180석)에 가까운 의석수(175석)를 획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여전히 30%대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이재명과 다른 의견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많은 국민들이 공산당을 연상하면서 더 이상의 힘을 절대 몰아줄 리가 없다. 따라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비명계를 끌어안는 것이다. 어떻게든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덧셈의 정치를 해야 된다. 막말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다가올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출마한다면, 또다시 표결집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정치권을 떠난 문재인 전대통령을 굳이 적으로 돌릴 이유는 전혀 없다.
개딸이 생각하는 수박의 기준 5가지
개딸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으로 규정지었다. 지난 2024년 1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드러났다시피 수박이라는 용어는 정봉주 전의원이 만들었다고 한다. 개딸들이 가장 극렬하게 움직였던 때는 2023년 2월과 9월에 있었던 두차례의 이재명 체표동의안 표결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2번째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가결됨에 따라 부결을 찍지 않았을 것 같은 의원들을 색출하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아직 당내에 친낙계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어서인지 사실상 이들을 과녁하고 있었다. 그 기준은 3가지로 알려졌는데, ① 이낙연의 대선후보 경선 캠프 인사들 혹은 도깨비로 알려진 의원들, ② 당헌 80조의 개정과 폐지를 반대했던 의원들, ③ 민주당의길 모임에 참여하는 의원들이다. 왜 이런 기준들을 세웠는지 알아보자.
① 이낙연 캠프인사, 친낙계 의원모임 도깨비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2017년에는 문재인, 2022년에는 이낙연과 경쟁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은 친문계, 친낙계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적인 대립을 했다. 당연히 문재인과 이낙연의 캠프 출신이라면, 이재명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반면 친문계와 친낙계는 서로의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케미는 제법 좋은 편이었다. 이는 이낙연의 성향 자체는 중도에 가깝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맡았는 것이 크게 반영된 것 같다.
도깨비는 이낙연의 팬클럽인 동시에 친낙계 의원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2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대부분은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못받았다. 이 중에서 오직 4명(김주영, 이개호, 홍기원, 허영) 만이 공천을 받아 당선됐던 만큼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대변되던 당시의 상황을 여과없이 잘 보여준다. 이례적으로 김종민 의원은 새로운미래 소속으로 승리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영선 후보가 재산보유현황을 허위로 제시해서 낙마한 까닭에 의도치 않은 후보단일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② 더불어민주당 당헌 80조 개정, 폐지에 반대한 의원
2014년 문재인은 안철수 의원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시작했으며, 2015년에는 2대 당대표에 취임한다. 이때 혁신안으로 제안했던 것이 바로 당헌 80조였다. 아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정치인으로서의 높은 수준의 도덕심과 공적 마인드를 갖추기를 요구하는 굉장히 상식적인 제안이었다.
2015년 더불어민주당 당헌 80조
· 당헌 80조 1항 :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 당헌 80조 2항 : 1항의 처분을 받은 자가 최종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원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한다.
· 당헌 80조 3항 : 1항의 처분을 받은 자 중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윤리심판원은 30일 이내에 심사·의결한다.
하지만 2022년 8월, 친명계와 개딸들은 당헌 80조의 개정에 나섰다. 검찰의 이재명 기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무가 정지되는 상황을 막아야 됐다. 그래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내세워 기소가 아닌 1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선고로 조건을 개정했다. 누가 봐도 수많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의 방탄을 위한 개정이었으며, 도덕적인 후퇴였다.
2015년 더불어민주당 당헌 80조 수정
· 당헌 80조 1항 :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선고를 받은 당직자의 직무를 선고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덮어놓고 더불어민주당을 밀어주던 한겨레마저 이와 관련된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았을 정도로 여론의 분위기가 안좋았다. 그러자 우상호 당시 비대위원장은 당헌 80조 1항은 기존의 안을 유지하는 대신 당헌 80조 3항에서 윤리심판원이 아닌 정무적인 판단이 가능한 당무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으로 절충안을 내놓아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를 설득했다. 당무위원장은 당대표이기 때문에 당시 차기 당대표가 유력했던 이재명에게 본인 스스로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보면 된다.
2022년 8월 더불어민주당 당헌 80조 최종개정
· 당헌 80조 3항 : 1항의 처분을 받은 자 중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렇게 당헌 80조와 관련된 이슈가 잠잠해지는가 싶었지만,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자, 결국 2024년 6월 아예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도덕성과 관련된 규정이 삭제되는 것은 다른 정당에 비해 엄격한 도덕성을 강조해 왔던 민주당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사당화가 됐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당헌 80조와 관련해 수정과 폐지를 반대해 왔던 의원들은 대부분 비명계였던 만큼 수박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③ 민주당의길, 민주주의4.0
친문계 정책포럼 사의재가 2023년 1월에 출범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청와대 참모들과 장차관 출신들이 모인 만큼 기존 초금회의 확장판이라고 보면 된다. 같은 달에는 비명계 의원모임인 민주당의길도 등장했다. 비명계로 구분되는 친문계와 친낙계 의원들이 주로 모였다. 더불어 2020년 11월부터 시작됐던 친노계 의원모임 민주주의4.0도 활동의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구심점이 없었던 탓에 당내 헤게모니를 쥐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사의재, 초금회, 민주당의길, 민주주의4.0는 사실상 활동을 멈추게 됐다. 그나마 민주주의4.0은 김경수 전지사가 광복절 특사로 복권됨에 따라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비명계 세력이 완전히 죽었냐 하면 그렇진 않은 것 같다. 2024년 6월 비명계 전직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초일회가 구성됐다. 하지만 원외인사들의 모임인 만큼 아직까지는 별다른 파괴력이 없는 상태다.
지난 2023년 10월, 수박아웃 웹사이트에서는 공식적으로 ㉮ 검사탄핵법안 발의불참, ㉯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 대의원제 폐지 반대, ㉱ 민주당의길, ㉲ 민주주의4.0, ㉳ 원내대표단을 수박을 가늠하는 척도로 제시했다. 친명계 입장에서는 이재명이 살아남아야 자신들의 공천이 보장되기 때문에 개딸들이 수박을 색출하는 과정을 그냥 방관했으며, 이재명의 입장에서는 비명계가 어떻게든 총선전에 당을 떠나야 좀 더 편하게 친명계를 꼽을 수 있는 만큼 역시나 개딸의 활동을 그냥 두고만 봤다.
당도별 수박의원 (총 168명)
· 당도 5 : 강병원, 김종민, 윤영찬, 최종윤, 홍영표 (5명)
· 당도 4 : 김영배, 박용진, 양기대, 오기형, 이용우, 이원욱, 조응천 (7명)
· 당도 3 : 박광온, 전해철, 이상민 등 (16명)
· 당도 2 : 고민정, 김한규, 윤호중 등 (20명)
· 당도 1 : 노웅래, 박홍근, 김태년, 김홍걸, 민형배 등 (54명)
· 당도 0 : 이재명, 김의겸, 박찬대, 정청래, 우원식 등 (6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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