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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정치사 한장면

문명충돌 vs 명문정당 (+친문계 붕괴와 결집 가능성)

by 에디터 Y 2024.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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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계의 멸문 과정을 살펴보면 꽤나 드라마틱하다. 그 이면을 살펴보려면 이재명 당대표와 그를 따르는 친명계가 어떤 식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주류세력으로 우뚝 섰는지를 따라가 보면 된다. 친문계와 친명계 간에 갈등이 심해지자, 문재인 전대통령은 (문명충돌을 일으키는 대신) 명문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팬덤정치가 고질화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의원들이 하나 같이 강성지지자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리고 이들 강성지지자들의 힘을 업은 정치기반이 약한 초선의원들의 모임이었던 처럼회는 슈퍼챗을 받은 유튜버처럼 앞뒤 안가리고 미션수행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갖 편법이 난무했던 검수완박법 입법 폭주였다. 그동안 이들에게 각을 세웠던 비명계 의원들은 지난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학살 당하며 사실상 강제 은퇴당하고 말았다.

 

2024년 8월, 1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친명계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이재명 일극체제가 완성됐다. 너무도 뻔한 결과였기 때문에 아무런 컨벤션 효과가 없었을 정도였다. 그나마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던 정봉주 전의원이 1등을 달리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탈락하는 과정마저 없었더라면, 아마도 전당대회 자체가 있었는지도 몰랐을 대중들이 많았을 것이다.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문명충돌 vs 명문정당, 친문계 붕괴와 결집 가능성

① 당익보단 사익이 앞섰던 이재명의 출마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이재명은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 하지만 막상 본선에서 불과 0.73%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배하게 된다. 불과 24만 7700표 차이였던 만큼 박빙의 차이였지만, 그 결과는 천지차이였다. 각종 사법리스크에 쫓겼던 이재명은 어떻게든 국회의원이라는 방탄조끼를 입어야만 했다. 그래서 대선에서 패배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심지어 확실한 당선을 위해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송영길 의원의 지역구인 계양(을)을 물려받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이기적이었지만, 정치적으론 똑똑한 선택이었다. 철새논란이 일어나자,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김포공항 이전이라는 황당무계한 제안도 서슴지 않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당시 함께 치러지고 있던 지방선거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었기 때문에 당 전체의 선거를 생각했다면 절대 할 수 없었던 공약이었다. 물론 김포공항 이전은 계양구 주민들 입장에서는 치트키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재명이 이걸 공약으로 내세운 이상 어떻게든 승리할 거라 예상했는데, 정말로 당선됐다. (확실히 승부사 기질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이재명의 움직임은 절대 당익을 위한다고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사익이 훨씬 앞섰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대패를 당했다.

 

참고로 당시 재보궐선거를 통해 21대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의 면모가 눈에 띈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장동혁, 박정하, 김영선, 이인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김한규 의원이 당선됐다. 장동혁은 이후 2024년 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수석최고위원이 됐으며, 박정하는 한동훈 당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지명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② 윤호중·박지현 비대위 붕괴

문제는 다음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여전히 2년이나 남았던 까닭에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원수를 내세워 여소야대 정국을 끌고 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정치 입문 3개월 차에 불과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에게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무는 모습은 정말 어처구니없었다. 막말로 정치적인 체급으로 비교해 봤을 때 정말 책임졌어야 됐을 사람은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런데 문빠와 개딸들은 자신들의 말을 따라주는 의원들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주려다 보니 억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다 보니, 또 다른 태극기부대가 돼버린 것이다. 문제는 문빠와 개딸 그리고 이들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당내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이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기득권 세력이 자신이 누리던 권력을 순순히 포기했던 적은 역사적으로 단 한차례도 없었다.

 

김어준

 

그나마 국민의힘 같은 경우에는 이준석 지도부가 들어선 뒤에 태극기부대와 이들의 스피커 역할을 했던 가세연과 완벽한 결별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중도층의 민심을 사서 이후 무려 3번의 전국단위 선거(2021년 재보궐선거,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게 된다. 참고로 태극기부대와 가세연은 대한애국당에 둥지를 튼 채 여전히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며,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③ 친문계의 몰락

국민의힘이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정권안정론과 함께 친문계에 대한 심판론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문계의 중량감 있는 선수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좌희정 우광재로 유명한 이광재 의원은 강원지사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그나마 달고 있던 국회의원 배지마저 반납했다. 문재인의 비서실장이었던 노영민 전의원 역시 충북지사 선거에서 상당한 격차로 낙마했으며,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이 노골적으로 지지했던 최민희 전의원은 남양주시장 선거에서 떨어졌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렇게 문빠들이 친문계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띄웠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패배를 당한다. 오히려 계파색이 없는 김동연 전 기재부장관이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따라서 당시의 지방선거는 엄밀하게 말해 친문계를 향한 국민들의 심판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동연 경기지사

 

 

④ 이재명 당대표 당선

물론 한편에서는 대선 패배 이후 이재명의 방탄을 위해 검수완박법을 무리하게 입법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지지를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역시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진짜 문제는 이재명 외에 대선주자급 인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때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던 안희정 전지사, 김경수 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모두 뜻밖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강제 낙마당하고 말았다. 솔직히 이재명 주변에서 일어났던 5번의 의문사만큼이나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실제로 이재명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방선거에서 당익보다는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선거전략을 펼쳤기 때문에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2022년 8월에 있을 5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압도적인 득표율(77.77%)을 기록하며, 중도 성향의 박용진 의원을 꺾고 당대표가 되는 데 성공한다. 결국 당내에 이재명 외에는 대안 자체가 아예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친문계는 당대표 후보조차 내지 못했을 정도로 붕괴됐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그렇게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체제는 공고해졌으며, 친명계가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애초에 친문계와 친명계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섞일 수가 없다. 이는 마치 과거 친이계와 친박계 같은 관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둘 중 하나가 완전히 멸문해야 경쟁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 결국 이재명은 2024년 22대 총선 공천을 통해 잔존해 있던 친문계를 대대적으로 학살함으로써 사실상 문명충돌의 끝을 알렸다. 그렇게 친문계와 친명계가 함께 공존하는 명문정당은 더 이상 실현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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