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행될 당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이어가자, 친윤계가 한동훈을 쫓아낼 김옥균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찌라시가 돌았다. 이들이 이미 이준석 당대표를 쫓아낸 전력이 있는 만큼 한동훈에게도 똑같이 그럴 수 있을 거라 믿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김옥균 프로젝트 예상 시나리오를 알아보자.
한동훈은 지난 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무려 62.64%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당초 친윤계는 한동훈이 본선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게 만들어 결선투표로 가는 상황을 계획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수의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난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일화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음에도 한동훈의 과반 득표는 막아내지 못했다. 이를 통해 당원들이 무려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현재권력을 부정한 채, 미래권력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친윤계도 경선 막바지쯤에는 한동훈의 당선을 예상했던 것 같다. 그랬으니 한동훈이 당대표에 당선되더라도 3일 천하로 만들겠다는 김옥균 프로젝트를 고민했던 게 아닐까 싶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앞으로 다룰 내용들은 모두 상상의 영역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힌다.
참고로 김옥균은 조선 후기 고종 당시 갑신정변(1884년)을 일으켰던 급진개화파의 리더다. 일본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봉건 체제를 무너뜨리려 했으나 청을 등에 업은 명성황후가 주축이 된 온건개화파에 의해 진압당했다. 급진개화파는 이들이 정권을 잡았던 3일 동안 주요 온건개화파 인사들을 숙청했고, 이후 정권을 되찾은 온건개화파 역시 급진개화파 인사들을 처단했다. 따라서 국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갑신정변은 뛰어난 인재들을 대거 잃게 된 국난이라 할 수 있다.
김옥균 프로젝트 예상 시나리오 총정리
① 총선백서를 통해 명분 마련
2024년 4월말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에 대한 평가를 남기기 위해 총선백서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리고 위원장으로 조정훈 의원을 임명했는데, 이 때문에 뒷말이 정말 많았다. 일단 조정훈 자체가 직전 총선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자 친윤계의 수장인 이철규 의원에 의해 영입됐다. 당연히 4차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고민하던 한동훈의 입장에서는 총선백서를 통해 자신에게 총선패배의 모든 책임을 덤탱이 씌울 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친윤계가 세웠던 김옥균 프로젝트는 총선백서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총선백서에 한동훈이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읽씹해서 고의패배를 자초했다는 의견을 담으려 했던 것 같다. 실제로 조정훈은 인터뷰를 통해 총선백서의 최종 페이지에 이번 총선 패배의 책임자 리스트가 있어야 된다고 연이어 강조했다. 사실상 살생부를 만들고 있음을 고백했다고 봐도 된다.
이론적으로 선거가 끝낸 정당이 총선백서를 만드는 것은 본인들의 과오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이 만든 총선백서는 사실상 정적 제거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된 만큼 친윤계가 주축이 된 총선백서특위는 정권심판론보다는 어떻게든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한동훈의 흠을 내려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떻게든 전당대회 전에 총선백서를 발간하자고 주장하던 친윤계와 총선백서 발간을 전당대회 뒤로 미루자던 친한계의 입장이 대번에 이해된다. 노련한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정무적인 판단을 통해 최대한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총서백서의 출간은 허락한 반면, 전당대회 전에는 출간이 불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애초에 백서의 출간 자체가 의무가 아닌 만큼 친윤계 입장에서는 어쨌든 한동훈에게 한방 먹일 수 있는 공격거리가 생긴 셈이다.
② 윤리위원회 징계를 통한 당원권 정지
친윤계 측에서는 한동훈이 총선 고의패배를 당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총선백서를 근거로 해당행위를 했다고 간주해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준석도 비슷한 방식으로 윤리위 징계를 2차례나 받았다. 이를 통해 당원권이 무려 1년 6개월 동안 정지된 까닭에 당대표직을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막말로 총선백서에 적시된 내용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친윤계는 한동훈이 취임한 순간부터 뭐든 실수를 하는 순간 윤리위 징계를 통해 당원권 정지를 시도할 확률이 크다. 즉, 한동훈이 김옥균처럼 막상 권력을 손에 넣긴 했지만, 금세 되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시금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누군지가 중요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4년 6월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을 윤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아직까지 이용구는 딱히 별다른 계보색을 드러나지 않고 있다.
③ 원내대표와 대립
추경호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만큼은 본인이 리더십을 가져가겠다는 일성을 외쳤다. 즉, 당대표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한동훈은 친윤계 의원들과의 관계도 새롭게 재정립해야 된다. 지난 전당대회 TV토론 당시 나경원 의원이 본인에게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사실 법무부장관은 공소권 취소와 관련된 어떠한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당을 위해 당시 전면에 나섰던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입장에서는 뭔가 서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래는 2019년 선거법,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파동과 관련된 현직 의원들 명단이며, 이들의 재판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외에 현직이 아닌 전직 의원들과 당직자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 따라서 1심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가 중요한데, 무려 5년 가까이를 끌어왔던 재판인 만큼 당장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 사실 이는 양당의 지도부가 모여 합의를 봤어야 됐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심해지다 보니, 국회 내 대화와 타협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2019년 패스트트랙 파동 관련 현직의원 모음
· 국민의힘 : 김정재, 나경원, 송언석, 윤한홍, 이만희, 이철규 의원
· 더불어민주당 : 박범계, 박주민 의원
④ 한동훈 특검법 발의
한동훈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당선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좌고우면 했던 한동훈 특검법 추진을 결국 결심했다. 사실 그동안 한동훈 특검법은 조국 당대표의 사적 보복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댓글팀 운용, 패스트트랙 공소취소 청탁, 비례대표 사천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어느 정도 동력이 생겼다. 이제껏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을 활용해 각종 법안들의 통과를 막았다. 하지만 한동훈 특검법은 살짝 양상이 다르다.
그동안 대통령 거부권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사용을 요청하면, 윤석열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은 한동훈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특검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사용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 심지어 한동훈은 대통령 거부권이 사용되더라도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음을 고민해야 된다. 현재 친윤계는 물론 패스트트랙 파동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고려하면, 8표가 이탈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윤계도 한동훈 특검법이 통과되면, 이후 추진될 김건희 특검법 역시 무조건 통과된다는 점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를 쥔 셈이 됐다. 채상병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두고, 어떤 것을 먼저 할지 고민만 하면 된다. 아마도 이재명 당대표의 입장에서는 미래권력을 먼저 제거하는 게 맞을 테니 한동훈 특검법을 먼저 추진하지 않을까 싶다.
⑤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 분수령
2026년 9회 지방선거가 너무 먼 까닭에,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와 2025년 재보궐선거에서 이재명과 한동훈의 리더십이 재점검될 것이다. 물론 당장에 있을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는 국회의원을 뽑는 게 아닌 만큼 관심도가 떨어질 테지만, 2025년 재보궐선거는 선거법 위반 등을 이유로 궐위된 국회의원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있을 수 있으니 주목도가 높을 확률이 높다.
다가올 전국단위 선거일정
·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 : 2024년 10월 16일
· 2025년 상반기 재보궐선거 : 2025년 4월 2일
· 2026년 9차 지방선거 : 2026년 6월 3일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한동훈이 직접 선거를 지휘하겠다는 명분 하에 2025년 재보궐선거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결과가 안좋으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규모가 작은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빌미로 어떻게 당대표직 사퇴를 요청할 수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직전 당대표였던 김기현이 그런 식으로 사퇴했다. 참고로 지난 2023년 하반기 재보궐선거는 강서구청장 단 한명 만을 뽑았던 초미니 선거였다. 즉, 사퇴를 위한 빌미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⑥ 최고위원 사퇴를 통한 지도부 붕괴
지난 4차 전당대회를 통해 친한계 장동혁, 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됨에 따라 친윤계의 입장에서는 최고위원 집단 사퇴를 통한 지도부 붕괴는 적용할 수 없는 전략이 됐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 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비상상황으로 간주하고, 비대위 체제로 넘어갈 수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회의 구성 9인방
· 당대표 1인,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지명직 최고위원 1인, 원내대표 1인, 정책위 의장 1인
다만, 최고위원회의 자체는 계속 발목 잡을 수 있다. 현재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9명 중 친윤계는 5명이나 된다. 최고위원(김민전, 김재원, 인요한) 3명, 원내대표(추경호) 1명, 정책위의장(정점식) 1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 정책위의장은 당대표인 한동훈이 원한다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시금 친윤계와 일전을 펼쳐야 되기 때문에 섣부르게 실천하기는 어려울거라 예상됐다. 하지만 결국 김상훈 의원으로 교체했다.
⑦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인위적인 개입
친윤계가 하다 하다 못해 코너에 몰리면, 다시 한번 당현당규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처럼 예외조항을 만들 수도 있고, 아예 그냥 한동훈 제거를 염두에 둔 개정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친윤계의 당 장악력이 높아야 되는데, 지금은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한지 1~2년차 였던 과거와는 또 다른 상황이다. 아무리 재임기간이 3년 가까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시간은 무조건 흘러간다. 당연히 미래권력에게 보험을 두려는 의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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